할리우드 액션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매드맥스4’)의 인기가 아직 뜨겁다. 5일까지 321만6,018명이 이 영화를 찾았다. 군더더기 없는 전개와 요즘 보기 드문 아날로그 액션이 흥행 요인이다. 2시간짜리 록콘서트를 보고 나온 듯한 느낌을 준다는 평도 적지 않다. 그만큼 리듬감 있는 연출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감독 조지 밀러는 1979년 태동한 ‘매드맥스’시리즈의 창시자다. ‘매드맥스3’이후 30년 만에 선보인 시리즈 신작에서 그는 일흔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한 놀라운 에너지와 창의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더 놀라운 반전 같은 이력을 지녔다. 그의 과거 영화 행보를 알면 과연 ‘매드맥스4’를 만든 사람인지 의문이 든다. 다음은 밀러 감독의 반전 이력 네 가지.
▦외과의사 출신 감독
밀러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했다. 매일 메스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는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1971년 의대 졸업을 눈앞에 두고 남동생 크리스와 함께 1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영화는 학생단편경쟁에서 일등상을 수상했고 밀러 삶의 전환점 역할을 했다. 레지던트 과정을 밟으면서 실험영화제작에 몰두했고 72년 결국 멜버른대학 영화과정을 통해 만난 바이런 케네디와 함께 영화사를 설립했다.
밀러는 폭주족 환자들을 만나며 ‘매드맥스’를 기획하게 된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에도 폭주의 쾌락을 잊지 못하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통해 경각심을 일깨워줘야겠다 생각을 했고 75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79년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매드맥스’는 호주에서만 875만달러를 벌어들이며 할리우드의 눈까지 사로잡았다. 외과의사였던 밀러가 영화에 전념하는 계기가 됐다.
▦‘꼬마 돼지 베이브’의 아버지
할리우드로 건너간 밀러는 ‘매드맥스’ 2,3편을 만들었으나 성과는 1편과 비교할 수 없었다. 자신이 발굴한 배우 멜 깁슨은 할리우드 스타덤에 오른 대신 밀러에겐 상처가 된 날들이었다. ‘이스트윅의 마녀들’(1987)을 연출할 때는 스튜디오의 간섭을 견디지 못해 중도에 수 차례 그만두려 할 정도로 미국 생활에 넌더리가 났다. 결국 ‘이스트윅의 마녀들’이 흥행에 실패하고 평단으로부터도 냉담한 반응을 얻자 그는 호주로 돌아가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밀러는 아기돼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 ‘꼬마 돼지 베이브’(1995)의 각본과 제작을 담당하며 또 다시 성공시대를 열게 된다. 어린 아이들을 둔 어른들이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순수한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2억5,413만4,910달러를 벌어들였다. 그는 ‘꼬마 돼지 베이브2’를 제작할 때는 메가폰을 들기도 했다. 도로를 질주하는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이 달콤하고 따스한 가족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애니메이션 ‘해피피트’를 연출하다
밀러 감독은 애니메이션으로 커다란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단편애니메이션이 아닌 장편애니메이션, 그것도 할리우드 거대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가 지원한 애니메이션 ‘해피피트’(2006)를 만들며 색다른 이력을 쌓았다. 반전 중의 반전이라 할 수 있다. ‘해피피트’는 픽사스튜디오의 독주를 제어하기 위해 고심하던 워너브러더스의 야심작이었다.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적이 없던 밀러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작용했다.
믿음은 성과로 나타났다. 노래로 짝을 찾아야 하나 천하의 음치여서 따돌림을 당하곤 했던 한 펭귄이 자신만의 탭댄스 실력으로 공동체를 구하는 과정이 수려한 뮤지컬 형식에 담겼다. 빠른 전개와 리듬감 넘치는 연출로 갈채를 받았다. 밀러는 3D 기술을 활용해 기술적으로 더 진보된 애니메이션 ‘해피피트2’(2011)의 연출을 맡기도 했다.
▦아카데미상 수상은 애니메이션으로
밀러는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아카데미영화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차례 후보에 올랐으나 매번 빈손이었다. 장편 실사영화를 주로 만들어왔던 그에게 오스카의 영예를 안겨준 영화는 애니메이션 ‘해피피트’였다. 2007년 장편애니메이션 부문으로 아카데미상을 처음 손에 거머쥐었다. 애니메이션에 전업한 감독조차 쉬 받을 수 없는 상을 첫 연출한 애니메이션으로 수상하게 되는 이색적인 기록을 남긴 셈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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