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유전자 변이ㆍ치사율 40%'에 막연한 공포는 금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유전자 변이ㆍ치사율 40%'에 막연한 공포는 금물

입력
2015.06.06 04:40
0 0

바이러스 증식 과정서 일부만 변이

모든 변이가 인체에 해롭지는 않아

중증 환자 등만 사망률 통계 포함

지병ㆍ면역력 따라 위험성 큰 차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단백질 덩어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공 모양의 껍질 안에 유전자(RNA)가 들어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본 모습. 단백질 덩어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공 모양의 껍질 안에 유전자(RNA)가 들어 있다.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의 형태. 단백질 덩어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공 모양의 껍질 안에 유전자(RNA)가 들어 있다.
3차원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바이러스의 형태. 단백질 덩어리가 곳곳에 박혀 있는 공 모양의 껍질 안에 유전자(RNA)가 들어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공포가 학교 휴업과 모임 취소를 넘어 무작위적인 대인기피와 상호 불신을 낳는 등 사회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유전자 변이’ ‘사망률 40%’ 등 위협적 문구와 함께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에만 의존해 불안을 지나치게 키운다는 지적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세계 곳곳의 공기 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중에는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것도 있고, 2002~2003년 아시아에서 수백명의 사망자를 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의 원인이 되는 것도 있다.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지만 감기와 사스, 메르스처럼 서로 다른 병을 일으키는 이유는 유전자의 차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생체 유전자는 DNA와 RNA가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DNA보다 구조가 불안정한 RNA로 이뤄져 있다. 유전자가 RNA인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해 숙주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동안 유전자 배열이나 구성이 조금씩 달라지는 ‘변이’가 DNA 바이러스보다 10만~100만배 더 빠르게 일어난다.

바이러스는 호흡기를 통해 숙주인 인체에 들어가면 여러 개로 복제해 증식한다. 이를 보면 ‘지용성인 바세린을 코에 바르면 수용성인 바이러스를 붙잡아준다’며 때아닌 ‘바세린 특수’를 불러온 인터넷 글들이 근거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바이러스가 물에 녹는다면 수분이 70% 가량인 인체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유전자 변이는 바이러스의 증식 과정에서 일어난다. 바이러스 1개가 10개로 증식하면 평균적으로 그 중 하나에서 유전적 변이가 일어난다. 하지만 변이가 모두 인체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수십만~수백만 가지 변이 중 우연히 사람에게 잘 감염되거나 해로운 증상을 일으키는 특성을 보이는 변이가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런 경우 인체에 위협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변이가 어떻게 발생하며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 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을 통제할 수 있다.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됐어도 증상이 나타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감염은 됐지만 별 탈 없이 지나가는 사람도 있고, 가벼운 증상만 보이거나 입원할 정도로 심하게 앓는 경우도 있다. 더러 합병증까지 이어지면 생명을 잃는 사람도 있다. 이런 차이는 평소 얼마나 면역력을 갖고 있는지, 다른 병을 앓고 있었는지 등에 좌우된다.

메르스 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코로나 바이러스가 주로 호흡기 윗부분(상기도)에 감염되는 것과 달리 메르스 바이러스는 상대적으로 폐와 더 가까운 아랫부분(하기도)까지 침투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일부 감염 환자가 호흡 곤란을 겪거나 악화할 경우 폐렴으로 발전하는 이유가 이 때문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 메르스 사망률을 40% 육박할 정도로 높게 보는 것도 이 같은 바이러스 질환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감염됐지만 증상 없이 지나간 사람이나 가볍게 앓고 나은 사람은 공식 보고되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중증 입원자나 합병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들 중에서 사망 비율을 따지면 수치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