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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의 공습… 종로 주단거리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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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의 공습… 종로 주단거리 몰락

입력
2015.06.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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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점포 종각주단도 폐점

가업 대물림ㆍ한때 20여곳 성업

대기업 매장이 골목 98% 점령

그 연원이 조선 태종 때 육의전에 닿는 서울 종로구 관철동 주단(紬緞)거리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종각주단이 30여년 운영한 점포를 최근 접었기 때문이다. 종각주단은 지금 간판만 걸려 있을 뿐 가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종각주단 사장 김교양(75)씨는 “장사도 예전 같지 않아 가게 운영비도 댈 수 없어 가게를 접었다”고 말했다. 주단거리는 20년 전만 해도 전통 양식의 한복을 고수해온 종로주단, 홍실주단, 백합주단, 한국주단, 신라주단 등 20여개 업체가 성행했다. 상인 절반이 2, 3대째 가업을 이어왔다. 상점마다 자체 공장을 운영하며 일자리도 제법 됐다. 하지만 고급 한복을 찾는 수요가 줄어든데다 환경 변화를 견디지 못했다. 2013년 문을 닫은 홍실주단 측은 “건물주가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한다고 점포를 비워달라고 했다”며 “2000년대 중반부터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한복집들이 죄다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고 말했다.

지금 주단거리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KFC, 뚜레쥬르, 스타벅스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ㆍ커피점으로 가득 차 있다. 70여개 점포 가운데 프랜차이즈 점유율이 98%에 이를 정도다. 관철동뿐만 아니라 서울 인사동 거리, 신사동 가로수길, 홍익대역 주변, 이태원 경리단길 등 이름 있는 골목, 거리들이 기업 프랜차이즈에 점령당하는 추세다. 기존 가게들이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한 까닭이다. 부동산업체인 FR인베스트먼트에 따르면 가로수 길의 평당 임대료는 2012년 27만6,000원에서 지금 122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4년 동안 4배 이상 급상승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상생을 도모하기 위해 동반성장위원회가 만들어진 2010년(15만8,196 가맹점수)에 비해 지금 프랜차이즈 가맹점수(직영점 포함)는 30.8% 늘어난 20만7,068개를 기록했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등 동반성장위 상생 정책이 기업 프랜차이즈 자본에 대응해 일반 자영업자, 영세 소상공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FR인베스트먼트 안민석 연구원은 “자금력이 풍부한 프랜차이즈가 주변 임대료까지 올려 일반 자영업자들이 밀려나고 있는 게 주요 골목상권의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사진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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