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감염학회 "20%가량 폐렴 발전"
美국립보건원 등 국제학계선
"건강한 사람은 감염돼도 자연 치유"
항바이러스제 일부에 투약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확진받은 환자들 대다수가 감기처럼 앓고 난 뒤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보건학계에서는 건강한 사람들의 경우 메르스에 감염돼도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5일 메르스 진단을 받고 여러 병원에 분산 격리돼 입원 중인 환자 30여명의 경과를 살펴본 결과 약 80%가 감기처럼 앓았고, 나머지 20%에서 폐렴으로 발전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알려진 메르스 사망자는 모두 폐렴으로 발전한 환자군에서 나왔다. 학회에 따르면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은 환자들은 대부분 고열이나 기침, 근육통 증상이 나타나다가 나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는 곧 증상의 정도나 지속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개 심한 감기에 걸렸다가 극복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인 강철인 감염학회 홍보이사는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은 환자군 중 상당히 호전돼 의학적으로 봤을 때 퇴원 가능한 사람도 여럿 있다”며 “보건당국의 퇴원 기준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입원 상태를 유지한 채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감염학회와 보건당국은 메르스 관련 증상이 전혀 나타나지 않고, 검사 결과 2회 연속 음성 판정이 나오면 퇴원 여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 후 증상이 심해지거나 사망한 국내외 환자들은 나이가 많거나 폐를 비롯한 호흡기가 약하고 원래 다른 병을 앓고 있던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을 비롯한 국제학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은 감염돼도 증상이 미미해 별다른 조치 없이 면역력으로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입원 중인 메르스 환자들은 증상이나 몸 상태에 따라 개별 치료를 받고 있다. 폐렴으로 발전한 경우나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면 적절한 약이나 기기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열이 높으면 해열제, 기침?가래가 심하면 진해거담제, 근육통에 소염진통제 등을 쓴다. 즉 메르스 바이러스 자체를 콕 집어서 죽이는 약은 없지만 치료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란 뜻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를 일부 억제할 수 있는 항바이러스제도 있다. 실험실 수준에서 증명된 것이어서 아직 대규모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았지만 C형간염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에이즈) 치료제가 좋은 예다. 감염학회에 따르면 현재 입원 중인 일부 환자들에게 이런 약들이 투여되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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