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합의로 요구한 39건 중 7건만
野 "제출된 자료들도 검증 불가능"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료제출 거부가 ‘자기 방어’ 차원을 넘어 검증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대부분의 정부부처마저 황 후보자의 눈치를 보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어 청문회가 사실상 공전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5일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야당 간사인 우원식 의원실에 따르면 자료 제출 마감시한이었던 전날 오후 4시 기준으로 특위 합의로 제출을 요구한 39건의 자료 중 황 후보자가 정상적으로 답변한 것은 7건(17.9%)에 불과했다. 12건에 대해선 제출 자체를 거부했고, 14건은 자료 요청 취지에 맞지 않는 부실한 답변으로 분류됐다. 황 후보자 검증의 핵심인 전관예우, 병역 면제 의혹과 기부 내역부터, 인사 청문 대상자들이 필수로 제출했던 금융 및 일반 학력자료까지 전부 공개를 거부한 것이다.
황 후보자의 버티기 대응에 발 맞춰 정부부처들도 여야 특위위원들의 자료 요청을 사실상 묵살하고 있는 지경이다. 전날 밤 9시 기준으로 부처로 요청된 727건의 자료 요청 중 185건(25.4%)만 답변이 왔으며, 187건(25.7%)은 “통상 공개하지 않았던 정보”라는 등의 이유가 기재된 미제출 사유서로 대체됐다. 절반에 가까운 355건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도 없이 자료를 주지 않고 있다. 특히 황 후보자가 현직 장관직을 유지하고 있는 법무부의 경우 123건의 요청에 아무런 답변조차 내놓지 않았다.
제출된 자료 역시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한 형태가 많아 야당 특위 위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셌다. 실제로 45건 중 3건에 대해 답변서를 보낸 병무청은 황 후보자의 병역면제 사유였던 만성담마진(두드러기) 증상에 대한 일반 지원자의 면제 정황 관련 사진 자료를 복사물로 제출했다. 흑백으로 음영만 구분 가능한 이 자료는 두드러기가 있었는지, 사진이 어느 부위를 찍었는지조차 식별되지 않았다. 청문특위 소속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병무청이 ‘보내준 (식별불가의) 자료가 자신들이 가진 서류의 전부이고 (병역면제) 증명도 이 것으로 진행한다’고 답했다"며 “총리 (후보자) 하나 지키려고 병무청이 스스로 자폭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 특위 위원들은 “뻔뻔하게 청문회에 임한다는 평가가 많았던 이완구 전 총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황 후보자의 대응을 ‘최악’이라고 앞다퉈 성토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새누리당 소속의 장윤석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자신 명의로 정부부처 등에 자료제출을 다시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또 야당이 집중적으로 요구하는 미공개된 19건의 수임내역에 대해선, 여야 특위 간사와 판사 출신의 박범계 야당 특위 위원이 6일 오후 법조윤리협의회를 찾아 비공개로 자료를 열람하기로 조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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