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당은 포도에서? 생물 문외한 국어학자 절친에게 과외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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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은 포도에서? 생물 문외한 국어학자 절친에게 과외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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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0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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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생물학 수업' 장수철 ㆍ이재성 지음 · 휴머니스트 발행ㆍ448쪽ㆍ2만2,000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 과학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국어학자가 식물의 생장과 발생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에게 1년 간 열두 번, 생물학 개인 수업을 들었다. 둘은 절친이다. 처음에는 장난처럼 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배우기 위해 듣게 되더라는 특별한 수업 내용을 책으로 묶었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과학과 멀어진, 그러나 나이가 들어 생물학이 무엇인지 궁금해진 40대 아저씨를 표준 삼아” 시도한 수업에 어울리게, 학생의 질문 수준이 대체로 (생물학에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딱하다. “포도당은 포도에서 나온 거예요?” “포화지방은 뭐가 포화됐다는 거죠?”“우성하고 열성 중 뭐가 좋은 거예요?” 등등.

사실 딱한 질문이 아니다. 잘 모르는 사람이 수두룩하니까. 다만 대놓고 물어보기 창피해서 짐짓 아는 척, 묻지 않고 넘어간 기본적인 질문이다. 친구 사이니까 체면 차리고 않고 던진 질문에, 가르친 생물학자 장수철(연세대 교수)은 때로 당황하고 때로 짜증을 내면서, 그러나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장난기 많은 학생 이재성(서울여대 교수)이 기초적인 것, 궁금한 것, 엉뚱한 것을 질문한 덕분에 오래 전 학교에서 배운 생물학이 가물가물한 독자로 하여금 편안하게, 그 세계로 들어가게 도와준다.

과학기술 시대에 꼭 알아두면 좋을, 생물학의 필수 기초 지식을 차례로 배울 수 있다. 모르면 불편하다. 늘상 접하는 뉴스에서 도처에 출몰하는 생물학 용어만 해도 그렇다. 우리가 먹는 콩의 93%, 옥수수는 86%가 유전자 변형 작물(GMO)이라는데 이걸 먹어도 무탈한가, 배아줄기세포로 불치병을 치료한다더라, DNA 지문을 감식해 범죄 사건의 오리무중 범인을 잡았다더라…. 바이러스, 에이즈, 생물 다양성, 이밖에도 수두룩하다.

이 책에 담긴, ‘아저씨를 위한 1 대 1 생물학 과외 수업’은 내용이 체계적이다. 분자와 세포, 유전 등 다양한 생명 현상을 설명하는 기본 개념부터 생명공학의 원리까지 생물학의 기초를 설명하고, 그것이 진화론의 커다란 틀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보여준다. 일상 생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와 ‘왜’ ‘어떻게’라는 질문을 통해 생명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다룬 첫 수업에서, 생물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특징에 대해 한참 설명을 듣던 이재성 교수의 반응은 삐딱했다. 구조적인 특징, 에너지 사용, 조절 작용, 발생, 성장, 자극에 대한 반응, 진화, 번식 등 생물의 특징으로 꼽히는 것들이, 그런 게 없으면 생물이 아니라고 판별하는 조건은 아니라는 설명에, 자기가 공부하는 대상이 뭔지 모르면서 이야기하다니 생물학자가 너무 안일한 거 아니냐, 그러면서 일반인한테 그것을 이해하라고 하면 너무 무책임한 것 같다고 한 마디 했다. 그런데 수업이 회를 거듭할수록 듣는 자세가 바뀌어 설명을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가끔 농담이 끼어드는 이 극히 사적인 생물학 수업은 누구나 알아야 할 일반 교양으로서 생물학을 알려준다. 비슷한 성격의 또다른 책으로, 지난해 연말 나온 ‘이일하의 생물학 산책’(궁리 발행)이 있다. 생물학자인 이일하 서울대 교수가 고등학생인 자기 아이를 염두에 두고 쓴 책이다. 이번 책과 나란히 읽어도 좋겠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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