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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주민들 패닉 "만남 취소하자… 장 보기도 겁난다"

입력
2015.06.05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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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의사 방문 장소마다 공포

소속 병원 방문객 70%이상 줄어

아파트 주민들 집들이도 연기

"동네 돌아다니는 것까지 꺼려져"

5일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의 폐쇄된 응급실 출입구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확진된 메르스 환자 5명 중 41번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4일 복지부가 확진 사실을 발표한 35번 의사 환자 이후 두 번째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일원동 삼성병원의 폐쇄된 응급실 출입구 앞으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확진된 메르스 환자 5명 중 41번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병원에서 발생한 환자는 4일 복지부가 확진 사실을 발표한 35번 의사 환자 이후 두 번째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패닉에 빠졌다. 4일 밤 “메르스에 감염된 대형 병원 의사가 강남의 대형 연회장과 쇼핑상가 음식점을 돌아다녔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전격 발표 이후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서울시가 밝힌 삼성서울병원 소속 의사 B(38)씨의 동선은 줄잡아 수십㎞에 이른다. 일원동 병원 대강당, 문정동 대형 쇼핑상가, 양재동 L타워 등 사람들이 밀집한 장소도 수두룩하다. 5일 찾은 강남 일대는 전날 발표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소속 병원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오후 삼성서울병원 외래진료 환자 대기실에는 10여명의 환자들만 마스크를 착용한 채 앉아 있었다. 평소 대기할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북적이던 모습과는 대조적이었다. 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주 하루 평균 8,500여명 방문하던 외래 환자들은 지난 주말 3차 감염자와 사망자가 발생하자 1~3일 30%가량 감소했다. 하지만 소속 의사의 감염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이날엔 2,000여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병원 관계자는 “14번째 확진자가 병원을 거쳐갔다는 사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진 데다 전날 서울시 발표까지 겹쳐 치명타를 입었다”고 말했다.

병원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병원을 찾은 조모(37)씨는 “신장결석 때문에 복용하던 약이 떨어져 처방전을 받아야 해 어쩔 수 없이 왔지만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B씨와 함께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 의료진 모두에게 검사를 받도록 하고 응급실 구역에 대한 소독도 끝냈으나 당분간 외래 환자는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씨가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를 연 개포동 주공아파트 인근은 집단 공황에 빠진 분위기였다. 그는 지난달 30일 오후 L타워에서 1,565명이 모인 개포동 주공아파트 1단지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지 내 위치한 한 초등학교는 전날 밤 긴급회의를 열어 8일까지 휴업하기로 결정했고, 중학교는 이날 오전 7시쯤부터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긴급휴업 사실을 알렸다. 주변 중ㆍ고교도 점심 시간이 끝난 후 학생들을 하교 조치하는 등 수습책 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인근 한 고교 교감은 “전날만 해도 메르스 관련 문의 전화가 이따금 왔지만 오늘은 ‘이렇게 안이하게 대처해도 되냐’는 항의성 전화가 오고 있다”며 “대입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도 있어 휴업 결정이 쉽지 않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주민들은 모임을 취소하는 등 접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재건축 단지 특성상 실제거주자가 조합원이 아닌 경우가 많은데도 감염 공포가 전염병처럼 번졌다. 주부 이모(45)씨는 6,7일 예정됐던 집들이를 연기하고 가전제품 수리를 위한 방문예약도 취소했다. 이씨는 “남편이 동네 슈퍼마켓에도 가지 말라고 한다”며 “아이들을 계속 학원을 보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민 최모(56)씨는 “대치동에서 감염자 발생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조금 걱정되는 수준이었으나, 지금은 주민 가운데 누가 총회에 참석했는지 알 길이 없어 밖에 나가는 자체가 꺼려진다”고 하소연했다.

총회 장소를 제공했던 L타워와 인근 상가도 타격을 입었다. L타워는 이날 영업이 시작된 오전 9시부터 예약취소 전화가 빗발쳤다. 타워 관계자는 “당일 행사는 물조차 제공하지 않아 B씨가 직원과 직접 접촉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메르스 우려가 큰 만큼 행사장 근무자 10명을 전원 자택 격리조치 했다”고 말했다. 한 커피전문점 사장은 “가장 손님이 몰리는 점심시간에도 찾는 발길이 뜸하다”며 울상을 지었다.

B씨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한 문정동 가든파이브 내 음식점은 이날 아예 문을 닫았다. 음식점이 위치한 7층 식당가는 물론 동선에 포함되지 않은 쇼핑몰 전체가 한산했다. 가든파이브 측은 “해당 음식점 대표와 상의해 점포를 임시 폐점하고 소독을 마쳤다”며 “환자가 들렀다는 사실이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당분간 방문객 수가 크게 줄어들 것 같다”고 한숨을 지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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