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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은 엄마 빈자리의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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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은 엄마 빈자리의 크기

입력
2015.06.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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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화 글ㆍ그림

문학과지성사 발행ㆍ40쪽ㆍ1만2,000원

“엄마 어디 가?” “화장실에. 더 자.”

그림책 미영이의 첫 장면에 등장하는 딱 두 줄이다. 펼침면 오른쪽에 대화가, 왼쪽에는 자다 깨서 졸린 눈으로 앉은 여자 아이가 그려져 있다.

다음 장. 개켜 놓은 이불 앞에 아이가 무릎을 껴안은 채 오도카니 앉아 있다. 왼쪽 면 글은 딱 한 줄, “화장실에 간 엄마는 오지 않았다.”

그림책 ‘미영이’는 글도 그림도 극히 간결하다. 그림은 장식도 컬러 색채도 없다. 배경 묘사도 없다. 대신 여백이 아이의 심정을 말해준다. 펼침면의 텅 빈 공간은 어느날 갑자기 이유도 모른 채 엄마가 어디론가 가 버리고 홀로 남은 아이의 외로움의 크기다.

2015 볼로냐 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 작가 전민화의 신작이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엄마는 오지 않고 주인공 미영이는 식구 많은 집으로 가서 더부살이를 한다. 학교에 다니는 또래 아이가 부럽고, 글자를 틀리게 쓰는 자신이 창피하다. 표정은 늘 어둡다. 엄마에게 버림받았다는 원망을 지울 수 없다. 머리맡에 약봉지를 둔 미영이가 혼자 이불 덮고 누워 있는 장면에서 미영이의 독백이 짠하다. “아프다. 아무도 내 이마에 손을 짚어 주지 않는다.” 다음 장에서는 아예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올려 덮어버리고 말한다. “엄마는 나를 버린 걸까? 엄마 따윈 보고 싶지 않다.”

외로운 미영이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는 누군가 잃어버린 강아지 한 마리. 주인집 아들을 따라온,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강아지를 돌보며 서로 의지한다.

엄마는, 미영이가 처음 남의 집에 갈 때 입었던 옷이 작아질 만큼 한참 자란 뒤에야 나타난다. 반가움보다 무덤덤한 마음으로 따라 나서는데, 엄마 손을 잡는 순간 엄마한테 설거지 냄새가 난다. 그리고는 느낀다, 엄마 손이 따뜻하다는 것을.

설명하지 않아서, 그림이 단순해서 오히려 아이의 내면 심리가 도드라져 보이는 그림책이다. 마지막 장면은 버스정류장 의자에 나란히 앉은 미영이와 강아지와 엄마의 뒷모습이다. 면의 오른쪽 구석에 조그맣게 그렸다. 미영이가 엄마와 함께 살아갈 세상은 백지 여백으로 남겨 두었다. 서로 손을 꼭 잡은 모습에 이제 더 이상 쓸쓸하지 않겠다, 싶어 마음이 놓인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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