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한마리도 막겠다"더니 소도 드나들 메르스방역망
첫 환자 발생부터 곳곳에서 구멍…3차 감염 저지 못 해
문형표 "처음 모니터링망 협소하게 짰던 것 사실" 시인
국내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처음 확인된 지난달 20일부터 환자가 41명으로 불어난 5일까지 정부의 방역망은 곳곳에서 구멍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메르스 대책회의에서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던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진주 목걸이가 떨어져 다 줍는다고 해도 혹시 한두 개 빠질 수가 있다"고 꼬리를 내렸다.
정부가 방역망을 과신하며 뼈아픈 축소 대응을 거듭하는 동안 환자 수는 갈수록 늘어났고 국민의 불안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 평택성모병원서 환자 30명 나온 후에야 전수 조사
이날 정부는 총 41명의 환자 가운데 30명의 환자를 발생시킨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조치 수위를 대폭 끌어올려 감염 위험 기간인 지난달 15~29일 병원을 찾은 모든 사람을 전수 조사한다고 밝혔다.
이 병원에 다녀간 첫 환자의 확진 판정이 나온 지 보름 만이다.
애초 정부는 환자와 같은 병실에서 추가 환자가 나오자 이들과 밀접하게 접촉해온 의료진과 가족, 같은 병실 입원자 등을 격리하고 관찰했다.
이러한 정부의 1차 격리 망은 금세 구멍이 났다.
첫 환자와 같은 병동 다른 병실에 있던 71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부랴부랴 병동 전체로 검사 범위를 넓혔더니 같은 병동, 다른 병실에서의 환자가 줄줄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렇게 확대한 모니터링망 밖에서도 환자가 끊이지 않고 나왔다.
다른 층 입원환자는 물론 심지어 다른 병실 입원환자에게 30분~1시간 문병하러 다녀온 사람까지 확진 판정을 받자 정부는 이날 급기야 위험기간 '어떠한 이유로든 평택성모병원을 방문한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접촉자를 발굴하기로 한 것이다.
문 장관은 "처음에 정부가 모니터링망을 짤 때 기존의 매뉴얼에 따라 짜면서 조금 협소하게 짰던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결국, 초반에 이러한 강력한 조치를 취했라면 환자들을 지금보다 일찍 진단할 수 있었고, 3차 감염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지금까지 격리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 병원 출입자가 자신에게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증상이 나타나 병원 밖에서 전파시켰다면 그야말로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 격리자 관리 허술…동선 파악에도 허점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뒤 늦은 대응 외에도 정부의 방역 허점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중동에 다녀온 첫 환자가 네 군데 병원을 돌며 '슈퍼 전파'를 일으키도록 했고, 의심환자의 출국을 막지 못해 홍콩과 중국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수출'했다.
전날 서울시가 메르스에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사가 증상이 나타나고 나서 1,500명이 넘는 불특정 다수와 접촉했다고 주장하는 데에도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영향을 미쳤다.
이 의사는 14번째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같은 공간에 있다가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지난달 30일이고, 의심 단계인 것은 그 이전이었을 텐데도 14번의 환자의 동선상에 있던 이 의사는 31일까지 방역 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상이 이미 나타났든 그렇지 않든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대상이어야 할 의사가 그 사실도 모른 채 곳곳을 활보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사망자가 발생한 병원 중환자실의 의료진이 격리 없이 진료를 계속했다는 것과 3차 감염을 유발한 환자가 증상이 있는 채로 시외버스를 타고 이동한 사실을 뒤늦게야 파악하기도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정부는 '대유행 가능성이 작다' '감염속도가 느리다' '3차 감염은 없을 것이다'라며 최초 환자의 이동 행로와 접촉자에 대한 면밀한 파악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최악의 상황인 지역사회 감염을 염두에 두고 발생 병원과 접촉의심 대상자에 대한 전수검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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