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화] 슬픈 역사의 탕수육, 음식史엔 '전화위복'?

중국음식의 대표 메뉴 ‘탕수육’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는가. 어릴 때 가장 먹고 싶었던 음식, 부의 상징, 입학식, 졸업식, 생일, 내기, 부먹파 찍먹파(소스를 부어 먹느냐, 찍어 먹느냐) 등 많은 추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새콤달콤한 소스에 바삭바삭하게 튀겨진 고기튀김. ㅎㅎ 생각만 해도 군침이~ 츄릅!!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사람들 중 탕수육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탕수육에는 중국 사람들의 뼈아픈 역사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때는 18세기 청나라 시절, 중국과 영국간의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일방적인 중국의 흑자 때문에 영국은 매년 막대한 적자를 고민했다. 그러던 중 영국은 중국 사람들이 아편을 좋아해 포르투갈 사람들로부터 암암리에 거래를 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됐다. 영국 정부는 인도에 막대한 양의 양귀비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중국에 물품 대금 대신 양귀비를 주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중국 전역에는 아편 중독자들이 늘어났고, 심지어 당시 청나라 황제인 도광제까지 아편을 했다고 한다. 아편 중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황제는 아편을 끊고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중국과 영국 양국 간에 갈등이 심해지며 아편전쟁이 일어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중국보다 더 훌륭한 전술과 화력을 가지고 있던 영국을 이기기란 역부족이었다. 전쟁에 패한 중국은 홍콩 땅을 내주고, 중국 내에서 영국인들의 자유 활동을 보장해 주게 되면서 중국에 정착하는 영국인이 많아졌다. 그러나 영국인들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고 젓가락을 사용해야 하는 중국음식이 고역이었다. 그러한 영국인들의 불만을 해소 해주기 위해서 개발된 음식이 바로 우리들이 좋아하는 ‘탕수육’인 것이다. 이런 맛있는 음식에 슬픈 역사가 숨어 있을 줄이야~ㅠㅠ.

우리는 어느 나라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인가? 탕수육의 중국 이름은 당초육(糖醋肉). 달고 신맛이 나는 고기(중국 사람들은 고기라고 하면 으레 돼지고기를 지칭한다)라는 뜻이다. 매운 걸 잘 못 먹는 영국인들에게는 달달하면서 새콤한 소스를 묻힌 고기튀김은 그야말로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또 젓가락질을 못해도 젓가락을 포크처럼 사용해 찍어 먹을 수도 있으니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이런 탕수육이 개화기 때 짜장면과 함께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처음 탕수육을 개발한 중국요리사는 굴욕적인 상황에서 만들 수밖에 없었지만, 그 달콤새콤 바삭한 맛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지구인에게 행복감을 주니 감히 전화위복이란 말을 하고 싶다.

이번 나의 레시피에는 튀김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느끼함을 보완 해주기 위해 레몬을 썼다. 맛있게 만들어서 온가족이 둘러 앉아 역사 이야기도 하면서 즐겁게 드시길.

● 레몬탕수육

재료 : 돼지 등심 300g, 감자전분 200g, 카놀라유, 달걀물 6스푼, 레몬 1/2개, 파슬리 가루, 소금, 물500g, 설탕 300g, 식초 150g, 사과 1/4개, 한라봉 1/4개, 오이 1/2개, 빨강 피망 1/2개, 목이버섯 3개, 양파 1/2개

● 조리방법

1. 돼지고기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제거한다.

2. 핏물을 뺀 고기를 7cm 크기로 썰고, 소금으로 밑간한다.

3. 감자전분에 물을 부어 가루를 불린다. 전분에 물을 담가두면 자연스럽게 녹말이 앙금처럼 가라앉는다. 물을 따라내고 가라앉은 감자전분(200g)에 달걀물(6스푼), 카놀라유(18스푼), 파슬리가루를 조금 넣고 잘 섞어 튀김반죽을 만든다.

4. 튀김반죽에 밑간한 고기를 넣어 반죽을 고루 묻힌 뒤 튀긴다.

5. 튀긴 고기를 키친타올에 건져 기름을 뺀다.

6. 팬에 물(500g), 설탕(300g)을 넣고 끓이다가 식초(150g), 레몬 제스트(레몬의 껍질)를 적당량 넣어 소스를 만든다.

7. 먹기 좋게 썬 사과(1/4개), 오이(1/2개), 빨강 피망(1/2개), 목이버섯(3개), 양파(1/2개)를 6에 넣는다.

8. 6에 속껍질까지 벗긴 한라봉(1/4개), 레몬즙(레몬 1/2개)을 넣는다.

9. 튀겨둔 고기는 한 번 더 튀겨 기름을 뺀다.

10. 그릇에 튀긴 고기를 담고, 소스를 붓는다

11. 레몬 제스트와 파슬리 가루를 살짝 뿌려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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