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알려져 대기업에서 쫓겨나
서점서 상습절도 벌인 40대 구속
대기업 계열사 퇴직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상습절도범으로 전락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환자가 구속됐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4일 대형서점에서 직원들의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고가의 이어폰과 음악CD, 도서 등을 수 차례 훔친 혐의(상습절도)로 박모(42)씨를 구속, 2일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5월부터 올 5월까지 종로구 소재 대형서점에서 총 7회에 걸쳐 85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20만~30만원대의 고가 이어폰의 경우 진열대와 연결된 고리를 미리 가져온 커터칼로 끊은 뒤 빼냈고, 음악CD 등은 도난방지태그를 제거한 후 가져갔다. 이렇게 훔친 물건들은 지인들에게 반값으로 팔아 넘겼다.
조사 결과 박씨는 대기업 계열사에 근무하다 2006년 에이즈에 감염됐고 감염사실이 회사에 알려지면서 퇴직했다. 이후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오다 생활비가 부족하자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박씨는 앞서 네 번이나 절도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족들과 사이가 멀어지면서 올 초 집을 나왔고 사우나와 DVD방을 전전하다 또다시 범죄에 손을 댄 것”이라며 “주거지가 불분명하고 상습범이어서 구속했다”고 말했다.
박씨처럼 에이즈 판정 이후 범죄의 유혹에 빠지는 에이즈환자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편견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직장을 구했다가도 건강검진 등으로 회사에 소문이 나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 생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2년에는 서울 양천구에서 에이즈에 걸린 후 생계 문제로 절도 행각을 벌여 온 30대 남성이 붙잡혔고, 2013년에는 부산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쳐 온 30대 에이즈 감염 남성이 검거됐다. 대한에이즈예방협회 관계자는 “에이즈환자는 면역력이 낮아 상대적으로 다른 질병에 걸리기 쉬운데, 일단 병에 걸리면 비용부담 문제로 자살하거나 돈을 구하기 위해 범죄에 손 대는 경우가 꽤 있다”며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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