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컨테이너선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선박으로 경제적 도크 이용
중국 업체 따라올 수 없는 용접 기술
20년 경력 베테랑과 로봇의 협업
요즘 국내 조선업체들이 잇따라 선박 건조 주문을 받으며 전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도 세계 1위 조선강국다운 선전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4일 유조선의 일종인 셔틀탱커 3척을 수주해 전세계에서 발주한 셔틀탱커 111척 중 43척을 거두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은 3일 1만9,630TEU(1TEU는 국제 표준인 20피트 크기의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1척을 수주했으며, 현대중공업도 지난달 세계 최초로 선박 2,000척을 인도했다. 이처럼 크기와 종류도 제각각인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에는 조선업계만 아는 수주 1위의 비결이 숨어 있다.
큰 배가 큰 돈은 아니다
조선업계가 흔히 내세우는 것이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1만9,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했고, 삼성중공업은 지난 4월 세계 최대 크기인 2만1,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다.
이처럼 컨테이너선의 크기는 업체간 자존심 경쟁이 돼버렸다. 하지만 대형선박 건조는 운동선수의 근육 같은 상징일 뿐 크기에 따라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이유는 배를 건조하는 도크의 차이 때문이다.
2만TEU급 이상 선박은 보통 길이가 400m, 폭 58m 규모로 갑판 면적이 축구장 4개 크기와 같다. 조선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길이와 폭이 길고 넓어서 조선소의 도크를 상당 부분 차지한다.
특히 도크에 한 척의 선박만 건조하는 게 아니라 2,3척의 선박을 동시에 건조하는 조선소라면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 때문에 작은 선박 2,3척의 수주를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크기만큼 수익이 커지는 게 아니어서 경우에 따라 수익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 조선소들은 이를 적절하게 활용한다.
길이 672m에 폭 92m인 현대중공업 ‘3도크’가 대표적이다. 이 곳에서 2만TEU급 컨테이너선을 건조하면 도크를 상당부분 차지해 다른 선박들을 건조하기 힘들다. 그래서 때에 따라서는 초대형 선박 대신 적절한 중소선박을 택하기도 한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해운사들이 다양한 배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작은 배들의 수주 물량도 많다”며 “따라서 무조건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고집하는 것보다 이윤이 많은 쪽을 택하는 게 조선소 입장에서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용접기술이 숨은 경쟁력
우리 조선업체들이 선전하면서 한때 세계 조선업계를 호령했던 중국 조선업체들은 예전만 못하다. 올해 1~5월 중국업체들의 수주량은 전년도의 19%에 머물러 6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업체들이 세계 1위를 우리에게 넘겨준 요인 중에는 조선산업의 꽃이라는 용접기술이 국내업체보다 떨어지는 점도 깔려 있다. 선박은 철판 수십 만개를 붙이는 작업이라 선박 건조의 절반 이상은 용접과 관련이 있다.
국내 조선업체에는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용접공들이 아직 많다. 이들이 곧 우리 조선업계의 경쟁력이다. 국내 조선소에 선박 용접기사로 취업했던 중국인이 우리의 용접기술을 중국에 유출시키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로봇이 등장해 용접공이 작업하기 어려운 좁은 공간에 들어가 용접을 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용접 자동화 비율이 70%에 이른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예전만큼 숙달된 용접공이 늘어나지 않는 점은 조선업계의 숙제”라며 “로봇 용접을 도입하는 이면에는 이 같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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