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케는 400년 걸려 명성, 한국 대표하는 당대의 술 만들 것"
“요즘 주류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수입 맥주와 저도 소주 바람은 역설적으로 전통주에게도 커다란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만난 배영호(56) 배상면주가 대표는 수입 맥주와 저도 소주가 선도하는 주류 시장 분위기를 반기고 있다. 그는 “저도 과일 소주의 인기는 소비자들이 주정(알코올)을 물에 희석시키는 방식으로 만드는 시판 소주 특유의 알코올 향을 거부하고 새로운 향을 찾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향이 깊은 전통 방식의 증류 소주에 큰 기회가 열린 셈”이라고 말했다.
고 배상면 국순당 회장의 둘째 아들인 배 대표는 형인 배중호 국순당 대표와 함께 전통주 제조업체 국순당에서 일하다가 1996년 “전통의 범주에 매몰되지 않은 다양한 한국술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독립해 배상면주가를 세웠다. 그만큼 전통주의 대중화에 남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그는 최근 수억 원을 투자해 의미있는 일을 했다.
창립 초기부터 경기 포천에 운영한 전통술 박물관 ‘산사원’에 누룩 연구와 전통주 개발로 유명했던 부친 배 회장의 일생과 연구물을 전시한 ‘우곡메모리얼홀’을 열었다. 배 회장의 호인 우곡은 ‘또 다시 누룩을 생각한다’는 의미다. 배 대표는 “평생 전통술 근대화 사업에 매달린 부친의 생애를 소개하는 게 현대인들이 잘 모르는 전통을 알리는 고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배 대표는 전통주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일본의 사케가 지금처럼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 400여년이 걸렸다”며 “막걸리의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해서 전통주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배상면주가의 판매 실적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매출 약 160억원 가운데 대표적 탁주 제품 느린마을막걸리는 1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21억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막걸리 특유의 포만감을 줄인 신제품 느린마을라이트를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안에 새로운 개념의 전통주도 출시할 계획이다. 그는 “전통술 보호를 명목으로 주세법에서 전통주의 범주를 한정하기보다 자유롭게 시장에서 경쟁하게 해야 성장할 수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당대의 술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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