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商議 주최, 경제현안 각계 다양한 의견 수렴
현행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 공감… 침체돌파 계기?
울산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울산상공회의소(회장 전영도)가 지역경제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협력 간담회를 가져 침체돌파에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울산상의는 4일 오후 3시 울산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노동단체와 경영자총협회, 학계,시민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경제활력회복을 위한 노사협력 토론회’를 열고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입장을 공유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공감대 형성 및 상생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지역 고용노동 현안 중 통상임금 및 임금체계 개선에 대한 노동계, 자치단계, 학계 등 다각적 채널의 의견을 수렴해 이목을 끌었다.
토론회에서 통상임금 전문가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통상임금 변화와 근로시간 단축 이후의 과제’ 주제발표를 통해 영향과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통상임금확대와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불명확한 쟁점(재직자요건, 신의칙)이 새로운 분쟁의 불씨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실 근로시간 단축문제에 대해서는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기업의 인건비 부담증가, 근로자의 소득 감소, 중소기업 구인난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며 기업규모별로 4~5단계로 나눠 52시간으로 연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공적 성격을 띠지 않는 능력주의 임금체계 설계필요에 대해 현대자동차 임금체계개선위원회 자문위원인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는 ‘임금체계 최근 변화와 노사의 과제’ 주제발표에서 한국의 독특한 무사정(無査定) 연공급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업종과 직종의 특성을 고려해 연공적 성격을 띠지 않도록 능력주의 임금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이때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 이의신청 절차 등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계를 대표해 참석한 손일진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 부의장은 “임금체계가 복잡해진 것은 과거 정부의 임금억제 정책 때문으로 이번에도 노사자율을 훼손한다면 그동안의 합리적 교섭관행마저도 갈등과 대립으로 몰고 갈 수 있다”며 “임금체계 개편은 개별 사업장 여건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정부 개입을 반대했다.
경영계를 대표한 이상만 울산양산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노사분쟁 및 소송 등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가운데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연장과 임금저하 없는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부담만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계 입장인 조형제 울산대 교수는 “울산의 노사관계가 대립적인 이유는 대기업의 권위주의적 태도와 인적자원관리에 대한 경시에서 기인한다”며 “이로 인해 근로자는 쉽게 구조조정 대상이 되고 남은 인력도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생각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 교수는 노동계에 대해서도 “초기 대기업 노조 투쟁은 전체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선도했지만, 90년대 말 이후부터는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억제하고 저임금 사내하청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됐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뿌리 깊은 노사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사소한 현안의 합리적 해결을 통해 신뢰를 점진적으로 회복해가는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 입장에서 유한봉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장은 “한국은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제 임금체계 비중이 68.3%에 달할 만큼 연공급이 임금체계의 기본으로 자리 잡고 있어 1년 미만 근로자 대비 20~30년 근로자의 임금차이가 3.13배로 독일(1.91배), 영국(1.57배)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평균 1.65배)에 비하면 2배, 가까운 일본(2.42배)과 비교해도 1.4배나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기술혁신이 절실한 현재의 저성장 시대에서는 연공급이 오히려 유능한 젊은 인재유치를 방해하는 걸림돌인 만큼 연공성을 완화하면서 직무능력, 성과 중심 임금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각계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는 자리로 이를 계기로 보다 먼 미래를 내다 볼 수 있는 성숙된 노사 간 대화가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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