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홈런의 대기록을 달성한 이승엽(39ㆍ삼성)에겐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스승들이 있다.
400홈런을 달성한 직후에도 이승엽은 “야구선수가 된 지금까지 정말 훌륭한 지도자들을 많이 만났다”면서 박흥식(53) KIA 타격코치와 김성근(73) 한화 감독, 그리고 소속팀의 류중일(52) 감독을 꼽았다.
박흥식 코치는 이승엽의 프로 2년째던 1996년 삼성 코치로 부임해 일본 진출 전인 2003년까지 곁에 있었다. 경북고 시절 어깨가 강해 투수와 4번 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은 삼성 입단 첫해인 1995년 스프링캠프 때만 해도 좌완 유망주 투수였다. 하지만 어깨와 팔꿈치 통증으로 몇 달을 쉬면서 타자로 전향했다. 박 코치는 경산 볼파크에서 이승엽과 동고동락하며 변신을 시도했다.
이승엽은 프로 2년째부터 타자로 나서 홈런 9개를 때렸는데 박 코치의 집중 조련을 거쳐 1997년 32개의 홈런을 때리며 슬러거로서의 자질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승엽은 박 코치와 함께 한 마지막 시즌인 2003년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을 수립했다.
박흥식 코치를 만나기 앞서 이승엽을 탄생시킨 주인공은 박승호(57) NC 타격코치다. 1995년 경북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입단한 이승엽은 투수와 타자의 갈림길에 섰는데 당시 삼성 코치였던 박승호 코치는 이승엽의 부드러운 스윙을 눈여겨보고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이어 1995시즌 중반 삼성 사령탑에 오른 백인천 전 감독은 중장거리 타자였던 이승엽을 홈런 타자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스승이다. 이승엽은 “백인천 감독님이 ‘넌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한다’는 말을 해 주셨다”고 기억했다.
이승엽의 프로 초창기가 박승호 코치, 박흥식 코치, 백인천(72) 감독의 합작품이라면 김성근 감독과는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 시절인 2005년 만났다. 이승엽이 지바 롯데와 계약 조건으로 한국인 코치 1명을 데려가기로 했고 주저 없이 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 감독은 타격 인스트럭터로 이승엽의 전담 코치를 하면서 특유의 강도 높은 훈련으로 이승엽의 심신을 단련해줬다. 이승엽은 “김성근 감독님과 함께 했을 때가 야구 인생에서 가장 많은 훈련을 했던 시기”라고 떠올렸다. 그 덕에 일본 진출 첫 해인 2004년 14개에 그쳤던 홈런은 30개로 늘어났고, 이후 이적한 요미우리의 4번타자로 승승장구했다.
소속팀 류 감독도 잊을 수 없다. 이승엽이 일본 생활 막바지 슬럼프를 겪다 2012년 국내로 복귀할 때 삼성은 선동열 감독에서 류 감독에게로 지휘봉을 갓 넘긴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승엽은 “류 감독님이 나를 원하지 않았으면 일본에서 야구를 그만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