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승 때 소비감소율 평균의 4배
30대 이하도 5060보다 훨씬 높아… 임대인은 소비 늘리기보다 저축
소득분배도 영향… 월세 10% 오르면, 상하위 20% 소득 격차 5% 벌어져
주택 월세가 오르면 저소득층과 30대 이하 가구가 소비를 가장 많이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저소득층 중심으로 월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월세가 상승할수록 소득불균형이 더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주택시장의 월세주거비 상승이 소비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가 1% 상승할 경우 소비 감소율은 전체 가구가 0.02%인 반면, 저소득층(가처분소득 월 평균 179만원)은 0.09%로 4배 이상 높았다. 중간층(월 평균 371만원)과 고소득층(월 평균 647만원)의 소비감소율은 전체 평균(0.02%)과 같았다.
가구주 연령대별로는 39세 이하 가구의 소비감소율이 0.08%로 50대(0.02%) 60대(0%)보다 훨씬 높았다. 예컨대 월세가 50만원에서 60만원으로 20% 오른다면 전체 가구의 소비는 0.4% 줄지만, 저소득층은 1.8%, 30대 이하 가구는 1.6%씩 소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월세를 더 받은 임대인(집주인)이 소비를 그만큼 늘리는 것도 아니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임대인의 저축금액이 평균 285만원 증가하는 등 임대가구의 경우 월세 수입의 상당 부분을 저축에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정성 조사국 과장은 “실증분석 결과 월세주거비 상승은 주로 월세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를 끌어내린 반면, 임대인의 소비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월세가 오르면 소득격차도 벌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가 10% 오르면 고소득층(상위 20%)과 저소득층(하위 20%)간 소득격차가 5%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 중심으로 월세 비중이 늘어나 ‘월세 상승→저소득층의 경직적 지출 확대→재산형성 제약’ 구조가 소득분배를 더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실제 지난해 소득 하위 20%의 주거 형태에서 월세 비중은 33%에 달한 반면, 소득 상위 20%의 월세 비중은 8.1%에 불과했다.
전세의 월세 전환 가속화 이유로는 저금리 장기화와 1, 2인 가구의 급증을 꼽았다. 2003년 10%가 넘었던 수도권 월세이율(전세에서 월세 전환 시 수익률)은 현재 6%대 안팎으로 40% 가량 하락한 데 그친 반면, 같은 기간 예금금리는 4%대에서 1%대로 70%가량 급락했다는 것이다. 월세 비중은 2010년 21.5%에서 2014년 23.9%로 확대되고, 같은 기간 가구당 평균 월세주거비는 월 28만원에서 32만원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이다. 보고서는 “앞으로 월세 상승에 따른 소비 및 소득분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 소득기반 확충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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