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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 아니라 생존비… 허덕이는 삶" "할아버지 구실 하고파도 이 돈으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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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비 아니라 생존비… 허덕이는 삶" "할아버지 구실 하고파도 이 돈으론…"

입력
2015.06.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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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최저임금 생활탐구 간담회

저임금 노동자들 하소연 쏟아져

“생계비가 아니라 ‘생존비’예요. 그것마저 부족해 아이들 학원도 못 보냈습니다. 경조사비 줄이고, 친목 모임에 나가지 않으니까 인간관계도 단절되더라고요.”

서울의 한 우편집중국에서 야간 소포 분류 작업을 하는 이모(50)씨는 매일 11~12시간씩 일을 한다. 오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5~6시에 퇴근하는 그가 받는 월급은 180만원. 기본급 150만원에 매일 3~4시간의 연장근로수당을 합한 금액이다. 시급은 5,62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5,580원)보다 40원 많다.

열심히 일해도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그의 아내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부부가 월 250만원을 벌지만 중3ㆍ고2ㆍ대학생 자녀를 둔 가족이 한 달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씨는 “치킨 한 마리 시켜먹는 것도 힘들고, 외식과 영화 관람은 먼 나라 이야기”라며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허드렛일 취급을 받는 것 같아 자존감 마저 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관악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오모(75)씨는 그런 이씨를 부러워했다. 적어도 일한 만큼은 시급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후 4시30분 출근해 다음날 오전 8시30분 퇴근하는 그는 학교에서 매일 16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오씨는 “그 중에서 5.5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인정받는다”고 했다. 나머지는 휴게시간으로 분류돼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월급 96만원(시급 5,880원)을 받는 그는 “학교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게 하는 게 무슨 휴게시간이냐. 교육청에 이야기도 해봤지만 ‘당신 아니어도 일할 사람은 많다’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손자들 데리고 놀러 다니며 할아버지 구실도 하고 싶지만, 얼마 안 되는 월급으로는 도통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4일 민주노총 주최 ‘최저임금 생활탐구 1만원의 소박한 행복’ 간담회에 참석한 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최저임금이 곧 최고임금’으로 굳어진 상황에서 최저임금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5,580원ㆍ월 116만6,220원)은 지난해보다 7.1% 올랐지만 미혼 노동자(1인 가구)의 실제 생계비(150만6,179원ㆍ2013년 기준)보다 적다. 그런데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노동자의 12.1%(227만명)는 그마저도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 근로자위원으로 참여하는 민주노총ㆍ한국노총 집행부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은 시급 1만원, 월급 209만원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같은 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는 최저임금을 소폭 인상 또는 동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원회가 이달 29일까지 인상안을 의결해 정부에 제출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8월5일까지 결정해 최저임금이 최종 고시된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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