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소셜커머스업체인 쿠팡이 손정의 회장의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무겁게 가라앉은 우리 경제의 기상도 속에서 모처럼 대하는 상쾌한 소식이다. 어제 쿠팡에 따르면 이번 투자는 지분인수 방식으로 이루어져 김범석 쿠팡 대표에 이어 소프트뱅크가 쿠팡의 2대주주로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손 회장은 “쿠팡이 e커머스 분야에서 더 크게 혁신할 수 있도록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설립 5년 만에 국내 e커머스 선두주자가 된 쿠팡은 이번 투자유치로 글로벌기업 도약의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 됐다.
이번 투자유치는 우리 경제에 적어도 두 가지의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모험과 혁신이 있다면 신성장 동력은 얼마든지 끌어낼 수 있다는 희망이다. 사실 2010년 쿠팡이 출범할 때만 해도 사업여건은 불확실했다. 이미 이베이 같은 글로벌 선두업체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국내 시장이라야 소매로 월 1,000억원 매출에도 못 미쳤다. 티몬, 위메프 같은 동종 업체끼리 출혈도 불사하는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쿠팡은 모바일 중심의 플랫폼 전환 및 배송시스템 혁신에 집중했다. 그 결과 최근 2,000여억 원의 월 매출 가운데 차세대 플랫폼인 모바일 비중이 평균 75%에 달하는 진전을 이루면서 뚜렷한 성장 비전을 구축하게 됐다.
둘째는 벤처, 또는 혁신기업 관련 투자 생태계의 문제다. 우리 대기업들은 막대한 자본을 축적해 놓고 있으면서도 정작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며 웅크리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벤처 쪽에서는 늘 자금 부족을 호소한다. 자본력이 있는 투자자는 대개 벤처를 통째로 삼키려는 경우가 많고, 벤처는 그게 못 미더워 머뭇거리다 보니 양쪽 간 상생협력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소프트뱅크는 일찍부터 탐욕이 절제된 상생투자로 경이적인 성공을 일궈왔다. 야후나 최근 세계 최대의 기업으로 거듭난 중국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성공이 좋은 예다.
정부는 현재 각 지역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잇달아 설립하며 애써 국내 자본과 벤처간 상생협력을 유도하고 있다. 각 센터 별로 유관 대기업을 핵심 협력사로 배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전도유망한 신생기업이 나와도 통째로 삼키거나, 아니면 버린다는 구태의연한 투자자세로는 소프트뱅크의 쿠팡 투자 같은 상생협력은 나오기 어렵다. 쿠팡은 이번 투자유치로 자금뿐 아니라, 소프트뱅크의 신뢰라는 엄청난 무형의 자산을 확보하게 됐다. 아울러 사회적으로는 우리 벤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가치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도 됐다. 반드시 우리 경제의 모범사례가 될 만한 도약을 이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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