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결국 퇴진했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 달 29일 5선에 성공했으나 그의 측근들이 줄줄이 체포되고 미국과 스위스 사법당국의 수사망이 자신을 향해 좁혀오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물러났다. 세계 최대 스포츠단체인 FIFA는 ‘마피아 왕국’으로 불릴 만큼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소문이 나 있었다. 블래터는 재임 17년간 황제처럼 군림하면서 FIFA 수익금을 마음대로 주물렀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거둔 FIFA의 수익금은 6조3,000억 원에 달하지만 비영리단체라 세금도 내지 않았다. 블래터는 FIFA의 이처럼 막대한 수익금을 회원국 축구협회 보조금 형태로 뿌리면서 득표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이중 일부는 개인적으로 착복하는 대신 FIFA 간부들의 비리에 눈을 감았다.
미국 법무부가 FIFA 뇌물사건 관련 기소 대상자 14명의 명단을 공표하면서 밝힌 혐의는 공갈, 온라인 금융사기, 돈세탁 공모, 탈세, 국외계좌 운영 등 무려 47개였다. 마피아나 다를 게 없다. 스포츠마케팅 회사 종사자들은 각급 국제축구대회에서 광고 마케팅 기회와 중계권 등을 따내기 위해 1억5,000만 달러가 넘는 규모의 뇌물과 리베이트를 FIFA 측에 건넸거나, 전달을 약속했다. 소문대로 FIFA는 그야말로 비리의 온상이었던 셈이다. 이번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척 블레이저 전 FIFA 부회장 역시 뇌물 비리혐의로 최대 징역 20년 형에 몰리자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FIFA 집행위원 회동에 녹음기를 숨기고 들어가 녹음내용을 FBI에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FIFA 집행부에 반드시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광범위한 세계적 공감을 얻어왔다. 따라서 블래터 회장의 퇴진이 FIFA 개혁의 시발점이 되어야 한다. FIFA는 일단 전면적인 수술이 불가피해졌다.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축구진실규명위윈회’와 같은 조직을 만들어 청문회 등을 통해 FIFA의 비리를 숨김없이 파헤쳐야 한다. 이를 계기로 FIFA는 물론 국제 스포츠계의 문화까지 바꿔나가야 한다. 몇 년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올림픽 유치와 관련 숱한 뇌물수수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던 데 이어, 이번에 FIFA마저 비리의 소굴로 지목됨으로써 국제 스포츠단체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유치과정을 거친 우리나라도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 스포츠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더욱이 2018년에는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개최된다. 이번 FIFA 사태를 타산지석 삼아 우리 스포츠계도 숨겨진 부패의 연결고리는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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