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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반도 사드 배치 막을 지렛대 제한적… 보복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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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한반도 사드 배치 막을 지렛대 제한적… 보복 없을 것"

입력
2015.06.04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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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남중국해 패권경쟁 격화

무력 충돌 순간 늘 열려있고

한반도 통일 가능성도 낮아져

동북아 복잡한 문제 풀 수 있는

'그랜드 바겐' 여지 갈수록 축소

中 다탄두대륙간 미사일 증강

美·한반도보다 인도에 위협적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AP통신에 제공한 사드 발사 장면.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이다. 연합뉴스
미국 미사일방어청이 AP통신에 제공한 사드 발사 장면. 지난 2011년 하와이에서의 사드 발사 실험 모습이다. 연합뉴스

2015년 한반도 주변에서는 중국의 굴기(屈起)와 이에 맞서 미국이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재균형’(Re-Balancing)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 우경화 흐름 속에서 ‘보통국가’를 외치면서 공공연하게 재무장을 추진하며 열강의 각축전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일보는 창간 61주년과 재창간을 맞아 미ㆍ중ㆍ일의 외교 안보분야 전문가에게 최근 급변하는 동북아 국제관계의 패러다임 변화와 그 맥락 속에서 한국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찰스 글레이저 교수는 "미·중 관계가 남북통일에 중요 변수"라면서 "향후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남북통일 가능성 역시 작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찰스 글레이저 교수는 "미·중 관계가 남북통일에 중요 변수"라면서 "향후 미·중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남북통일 가능성 역시 작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향후 10년간 동북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한반도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일 대박’과 관련된 중대하고 긍정적인 상황 변화가 가능할까.

미ㆍ중 관계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인 한국은 두 나라의 관계가 협력적으로 진행되고 그 와중에 남북 통일에도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미국 워싱턴의 중국관계 전문가이자 미 국방부의 대중 전략 수립을 자문하는 찰스 글레이저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미중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중국이 예상 외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강력하게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1일 낮 워싱턴 시내 조지워싱턴대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미ㆍ중 관계 경색으로 한반도 통일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것이며, 북한 정권의 돌발적인 붕괴 상황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_중국 힘이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보나. 미국은 중국을 동등한 강대국으로 인정할까.

“중국은 앞으로 계속 국력을 키워 나갈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힘을 받아들이느냐 여부는 중국이 어떤 강대국을 지향하느냐에 달려 있다.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의 ‘장기 전략목표’로 여기는 것처럼 아시아에서 미국을 밀어내는 방향으로 힘을 쓴다면, 미국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군사력을 증강시키더라도 ‘현상 변경’을 꾀하지 않는다면 미국도 중국을 대국으로 인정할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 전문가와 전략가들의 중국에 대한 평가와 시선은 최근 4, 5년간 악화하고 있다. 모든 사안에 의견 일치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에 대한 시각의 분포가 점점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_최근 뉴욕타임스가 중국이 다탄두대륙간탄도미사일(MIRV)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떻게 생각하나.

“전문가적 견해로 보면 중국의 MIRV 증강은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냉전시절 소련의 MIRV는 미국에 위협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중국은 아직 아니다. 미국은 400~500기의 ICBM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MIRV를 포함해 핵탄두가 100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미국의 핵 전력은 냉전시대 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아주 안전하게 건설됐기 때문에 중국의 전력으로는 파괴할 수 없다고 본다. 뉴욕타임스 지적은 냉전시대 상황을 기계적으로 접목시킨 잘못된 결론이다. 중국의 MIRV는 사실 인도에 더 위협적이다. 오히려 한국은 MIRV 증강과 관련이 없다고 본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미 사정거리가 짧은 다양한 중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에는 중국이 핵무기로 공격할 정도의 전략 목표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유사시에는 위협수단이 될 수는 있다고 본다”

_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된다면 군사적 충돌도 발생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면 가장 유력한 후보지는 어디인가.

“1, 2년 전이라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이다오)에서 군사적 충돌 위험이 가장 컸다. 지금은 남중국해다. 그 지역의 조그만 섬에 대해 각각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중국과 미국 모두 군사력을 배치했다. 중국이 미국을 밀어내려 한다면, 항공기를 격추시키려는 ‘스몰 슈팅’(Small Shooting)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행보는 세력 확장 이외에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하다. 남중국해 전체를 통제하고 싶은 게 분명하다. 이는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거다. 무력충돌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있으나, 누군가 실제로 무력을 사용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 있다고 본다. 이틀 전(5월30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과 중국 고위층과의 샹그릴라 대화가 결정적이다. 미ㆍ중 군사부문 최고위급이 만났는데, 남중국해 문제에서 오해의 여지가 없는 이견을 드러냈다.

_미ㆍ중이 원만하게 타협할 가능성은 없나. 귀하가 미ㆍ중 타협의 방법으로 제시한 ‘그랜드 바겐’을 소개해달라.

“그랜드 바겐이란 동북아에서 중국이 가장 집착하는 대만을 미국이 전략적으로 양보하는 대신,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는 상호 공존을 모색하는 방법이다. 미국은 이런 제안을 2008년이나 2009년에 제시했어야 했다. 그런데 지난 몇 달 남중국해에서 전개되는 상황을 보면 ‘그랜드 바겐’ 여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나는 중국이 큰 실수를 한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제안을 내놓자마자, 대만 쪽에서 정말 강력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나는 ‘친 중국’ 성향도 ‘반 대만’ 성향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타협이 대만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의 세계전략이라는 관점에서는 다르다. 미ㆍ중이 그런 방식으로 타협하면 여러 복잡한 문제를 손쉽게 풀 수 있다. 일본도 마땅하게 여기지 않겠으나, 결국은 수용할 것으로 본다.”

_미ㆍ중 관계의 향후 10년을 전망한다면.

“시기적으로 부침이 있을 수 있겠으나, 갈수록 악화할 것이다. 중국의 군비강화도 문제지만, 군비강화에 맞물린 정책이 더 문제다. 중국은 이 지역에서 미국이 물러나길 원한다. 이런 중국에 맞서 미국은 이미 군사적 대응을 시작했고, 중국은 그런 미국을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 양국의 군비 경쟁은 상황을 악화시킬 텐데 이미 추세는 나쁜 방향으로 가고 있다. 경제분야에서도 미국은 환태평양경제공동체(TPP)에서 당분간 중국이 배제된 채 끌고 나갈 것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미ㆍ중 관계의 전망이 훨씬 더 악화됐다.”

_미ㆍ중 관계 악화가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은 남북 통일을 반대하지 않는다. 경제ㆍ안보 분야에서 오랜 협력 역사를 가진 한미동맹은 남한이 북한을 끌어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미ㆍ중 관계가 악화하면 당연히 남북관계도 악화하고 통일에도 장애가 된다. 중국이 통일 한국을 위협으로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한국에 미군이 주둔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남북 통일은 중기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통일한국’은 중국이 싫어하는 곳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해야 하지만, 별로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한국이 통일되려면 미ㆍ중 관계 발전이 필요하다. 중국은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한국이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맺으면서도,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는 것을 용인할 것이다. 중국이 이런 구도를 깨고 싶어하는 순간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당분간 통일문제가 한ㆍ미ㆍ중 3국 사이에 의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에게는 분단된 한국이 나쁠 게 없다.

_북한 붕괴는 상정할 수 없을까.

“물론 북한 붕괴가 일어나면 다른 상황에서 통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 그러나 미ㆍ중 관계가 안 좋으면 (중국의 후원이 강화되므로) 북한 붕괴가 나타날 확률은 더 낮아진다. 통일 만큼이나 북한이 쉽게 붕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_‘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된다면 중국이 한국에 경제적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보나.

“그렇지 않을 것이다. 중국도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의 사드 배치를 막을 수 있는 지렛대가 마땅치 않다고 생각할 것이다. 굳이 두 나라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경제보복을 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글 사진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상> 찰스 글레이저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수

<중> 류장융(劉江永)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

<하 > 강상중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찰스 글레이저 교수는 누구

찰스 글레이저 교수는 미국 외교ㆍ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 중국 전략분야의 권위자로 통한다.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실주의 관점에서 미국의 손실을 최소화한 가운데 중국을 가장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그의 전공 분야다. 외부 ‘전략 분석가’ 자격으로 미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정책 결정도 자문하고 있다.

2011년 그가 포린어페어 기고를 통해 제시한 ‘그랜드 바겐’은 학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랜드 바겐’은 무기판매 중단 등 대만을 전략적으로 포기하는 대신, 동아시아 다른 지역에서는 미국 주도의 현상(現狀)을 중국이 용인토록 하자는 방안이다. 미ㆍ중 대립이 첨예한 지금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두 나라가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충분히 상정 가능한 대안으로 평가 받는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글레이저 교수는 MIT 학부 시절에는 물리학을 전공한 특이 경력의 소유자다. 이후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물리학과 공공정책에서 동시에 석사 학위를 받으면서 외교ㆍ안보 분야로 전공을 바꿨다. 핵 안보 정책에 조예가 깊은 것도 물리학적 배경 때문이다.

조지워싱턴대 국제관계엘리옷스쿨 교수로 영입되기 전에는 시카고대와 미시간대 정치학 교수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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