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텐프로' 별명 척 블레이저
국제축구연맹(FIFA) 전임 집행위원이자 미 연방수사국(FBI)의 비리 수사 정보원 역할을 해 온 척 블레이저(70ㆍ미국)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투표 당시 뇌물을 받았다고 시인한 구체적인 증언이 공개됐다. 블레이저의 진술 공개로 FBI의 FIFA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AP 통신 등 외신들은 4일 블레이저가 2013년 11월25일 미국 뉴욕 동부지법에서 열린 탈세 혐의 등에 대한 비공개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40페이지 분량의 재판 기록에 따르면 블레이저는 “나와 다른 집행위원들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2010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에 관해 뇌물을 받았다”고 자백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06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독일에게 밀려났다가 2004년에 있었던 2010 월드컵 대회 개최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개최가 성사된 이후에도 FIFA 집행위원들의 ‘탐욕’은 2011년까지 계속됐다.
블레이저는 또 1998년 프랑스월드컵 선정과 1996년과 2003년 사이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방송 중계권 관련 뇌물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블레이저는 1997년부터 2013년까지 내리 17년간 FIFA 집행위원을 지낸 미국의 축구 전문 행정가다. CONCACAF의 사무총장까지 역임하며 축구계의 실세로 이름을 떨쳤다. 전용기를 타고 다니면서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난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과시하기도 했다. 뇌물과 향응을 즐기고 중개금액의 10%씩 떼어가는 버릇으로 ‘미스터 텐프로’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뉴욕 트럼프 타워에 본인과 고양이들을 위한 두 개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2011년 블레이저의 탈세 혐의가 FBI에 의해 포착되자 수사에 협조하고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FBI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블레이저는 지난달 27일 미국 수사당국이 FIFA 임원들을 비리 혐의로 체포하는 데 FIFA 내부 기밀자료와 녹취록을 제공하는 등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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