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을 출입하는 기자로서,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경찰청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신속하게, 정확하게, 또 많이 전해야 할 기자로서 ‘그 분’과 너무 많이 비교가 되기 때문인데요. 경쟁하는 상대가 다른 언론사 기자라면 반성하고 분발하면 될 텐데, 이건 그것과도 궤가 다른 일이라 솔직히 난감하다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비교가 되는 건 부인할 수가 없습니다.
바로 엄청난 기세로 요 며칠 신문 지상의 한 켠을 채우고 있는 강신명 경찰청장 얘기입니다. ‘치안한류의 새 시대를 열다’‘공익신고 의식, 교통선진국의 기본조건’‘우리 아이는 적극적인 신고로 지킬 수 있습니다’‘온 마을이 학교 밖 청소년 지원해야’‘살인의 추억과 치안 3.0’. 이 글들이 모두 강 청장이 지난주부터 3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언론에 기고한 글들입니다. 원고지 기준으로 7~8매 글들을 매일 쓴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고 해야 할까요.
저의 이런 기분과 별개로 경찰 내부에서도 궁금한 게 많나 봅니다. ‘요즘 청장님이 왜 그러시냐’는 의문부터 ‘뭔가 노리는 게 있는 거 아니냐’는 의혹제기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물론 그 중에는 ‘남말’ 하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내놓는 나름 논리적인 근거로 무장한 추측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가장 많은 게 역시 강 청장의 총선 출마설입니다. 강 청장이 내년 총선에 나가기 위해 ‘이름값을 올리려고 한다’는 건데요. 이에 대해 강 청장은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일관되게 부인을 하고 있습니다.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고, 내년 8월까지 2년 임기를 채울 것이다”라는 겁니다.
뜬금 없는 국정원 2차장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간혹 경찰 고위 간부 출신들이 가는 자리기도 하고 나름 핵심 자리기도 할 테니, 강 청장이 노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강 청장의 내심이야 누가 알겠습니까만, 경찰청은 일단 “부처 업무 평가 때문이다”라는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업무 평가 중에 국정 홍보 항목의 배점이 총점 100점 중 10점이던 것이 올해부터 20점으로 두 배 늘어났다는 이유입니다. 실제로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각 부처에 기관장의 인터뷰나 신문 기고 등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공문을 보낸 사실도 있습니다.
결국 최근 강 청장의 신문 기고 다작은 “국정 홍보에 좀 더 신경을 써 달라는 정부 방침을 충실히 따르기 위한 것이다” 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습니다. 조금은 허무한 결론일 수도 있는데요. 다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강 청장의 내심을 누가 알겠습니까.
끝으로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저 글들을 강 청장이 직접 쓰는 것일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아쉽지만 그 답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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