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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훈] 미래의 '메르스', 미리 막으려면

입력
2015.06.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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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메르스 때문에 온 나라가 비상이다. 이렇게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무엇보다 예방이 최선인데, 그렇다고 무턱대고 모든 사람들을 격리하는 등의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물론 백신을 개발하고, 좋은 치료제가 나온다면 큰 걱정을 덜 수 있겠지만,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그것이 항상 가능한 것은 아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이 이번 한 번으로 그칠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뭔가 좋은 해결책은 없을까?

전자현미경 16만 배율로 본 세포내 있는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 보건복지부 제공.
전자현미경 16만 배율로 본 세포내 있는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 보건복지부 제공.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조금이라도 증상이 있을 때 바로 의심되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감염이 되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은 적절한 대처를 하는데 도움이 되고, 전염병의 확산도 쉽게 막을 수 있다.

지난 6월 4일 이런 시나리오가 실제로 가능할 수 있다는 연구개발 결과 중 하나가 하버드의대 연구진들에 의해 사이언스지에 게재되었다. 혈액 한 방울보다 적은 양으로 개인이 접촉한 거의 모든 바이러스를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비록 실험단계에 있지만, 상용화가 된다면 25달러에 206종 1000개가 넘는 변종에 대한 테스트가 가능하다고 하니 이런 기술이 빨리 상용화된다면 메르스와 같은 질병이 다시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훨씬 효과적인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미국과 남아프리카, 태국과 페루의 569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한 테스트에서 각각 평균적으로 10종 정도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며, 각 대륙별로 노출된 바이러스의 종류와 수도 조금 달랐다고 한다.

개인이 접촉한 거의 모든 바이러스를 밝혀내는 시나리오. 출처: 사이언스(http://www.sciencemag.org/content/348/6239/aaa0698)
개인이 접촉한 거의 모든 바이러스를 밝혀내는 시나리오. 출처: 사이언스(http://www.sciencemag.org/content/348/6239/aaa0698)

그렇지만, 이 기술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먼저 검사가 완료되는데 2~3일이 걸리기 때문에 신속한 대처는 어렵다. 또한, 과거에 어떤 바이러스에 노출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있지만, 현재 감염여부를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바이러스 감염 확진을 하는 방법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환자의 체내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해당 바이러스의 항체가 핏속에 있는지 확인하는 혈청 검사에서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고 확인돼도 확진은 아니다. 확진 검사는 환자의 타액이나 분비물 등에서 표본을 채취해 유전자를 추출한 뒤에 DNA를 증폭하는 7~8시간 정도의 과정을 거쳐서 DNA 유전자 서열분석 업체에서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래서 보통 빨라도 이틀 정도는 걸리는 검사다. 유행하는 바이러스를 미리미리 알 수만 있다면 진단키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모든 바이러스 유행을 미리 알아서 수 많은 의료기관에 키트를 항상 비치하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새로운 기술도 있다.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한 매우 작은 유전체 시퀀서인 미니온(MinION)이 대표적이다. 이 기기는 서아프리카에서 유행한 에볼라 추적을 위해 실제로 투입이 되어 12일간 14명의 환자에서 48시간 만에 에볼라 바이러스 유전체를 읽어내는데 성공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한 유전체 시퀀서 '미니온(MinION)'.
옥스포드 나노포어 테크놀로지스에서 개발한 유전체 시퀀서 '미니온(MinION)'.

이것이 인상적인 것은 휴대폰보다 조금 큰 정도의 크기의 기계로 가격도 저렴하고, 노트북 컴퓨터에 연결해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 질병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이용해서 다양한 질병진단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본격적인 상용화는 진행되지 않았고, 일부 연구자들을 위한 시범사용이 이루어지는 중이다. 물론 이 기술에도 여러 가지 한계가 지적된다. 가장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정확도인데, 5~30%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다. 이런 오차 때문에 여러 증거를 모아서 정확한 진단을 해야 하는 질병에는 큰 효용성이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쉽고 간단하게 오차가 다소 있더라도 빠른 증거가 필요한 상황에서는 상당히 유용한 기술이 될 수 있다. 특히 현장 테스트에서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구별하는 용도에 좋은 결과가 나온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을 듯하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기기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를 계획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생물학자들은 탄자니아 남부 열대우림 지역에서 개구리 유전체 탐사를 했고,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화성 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는 연구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유행을 막는데에는 의료시스템이나 역학조사와 보건정책, 위기대응 방법 등도 중요하겠지만, 기술의 발전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가볍고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는 모바일 헬스 기술이 유전자 기술과 연계가 되어 잘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도 분발을 하고, 이런 기술이 시장에 쉽게 보급될 수 있도록 정부당국에서도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모바일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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