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장자 방역차원 격리하자 SNS서 "확진자 나왔다" 퍼져
"괴소문 한번 돌면 문 닫을 수도" 중소업체들, 정부에 강력대처 요구
기업들 "환자 나오면 치명타" 출장 연기하고 행사 줄줄이 취소
산업계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을 둘러싼 각종 괴담이 난무하며 기업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일부 괴담은 지나치게 부풀려져 주가나 수출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기업들은 대ㆍ중ㆍ소기업 가릴 것 없이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해 각종 행사를 취소하면서 기업 활동에도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기업체를 둘러싼 메르스 괴담의 대표적 피해 사례는 국대 대기업 삼성전자다. 이 업체의 경우 2일부터 수원 사업장에서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수십 명의 직원을 격리시키고 반도체 생산 시설 일부를 폐쇄했다는 소문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타고 급속도로 전파됐다.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니 삼성에서 중동 출장자들을 방역차원에서 잠시 격리시킨 것이 와전된 것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예방 차원에서 중동지역 출장자들을 자택 근무하도록 조치했다”며 “일반적인 예방 조치였는데 이를 두고 생산 시설 폐쇄 소문이 돌아 황당했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메르스 괴담의 희생양이 됐다. LG이노텍 직원 중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왔다는 근거없는 소문이 SNS를 타고 확산된 것이다. 이에 대해 LG 관계자는 “LG이노텍 직원 중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다”며 “협력업체 직원이 메르스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오해가 비롯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메르스 괴담은 중소업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 안성의 전자부품 업체인 N사는 3일 뜻밖에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생산이 중단됐다는데 사실이냐는 전화였다. N사 관계자는 “이런 소문이 한 번 돌면 중소업체들은 회사 문을 닫을 수도 있다”며 “정부에서 SNS 뜬 소문에 대해서도 강력 대처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메르스 확산 우려 때문에 기업들의 각종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4~5일 무주리조트에서 개최 예정이었던 신입사원 하계수련대회를 연기하기로 이날 확정했다. 하계수련대회는 상반기 신입사원 연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각 계열사 임직원들이 한 데 모이는 첫 공식행사다. 삼성 관계자는 “대규모 신입사원의 이동과 집단 활동이 수반되기에 당분간 연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직원들의 중동 출장도 연기했고, 중동출장 다녀온 직원들은 재택 근무토록 권고했다.
소니코리아도 어린이재단과 함께 매년 6월에 개최하던 사회공헌활동인 ‘에코사이언스스쿨’행사를 연기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중학생들에게 과학과 친환경 내용을 교육하던 에코사이언스 스쿨을 13일 개최 예정이었는데 하반기로 연기했다”며 “안전을 위한 예방 조치”라고 설명했다.
식음료, 주류 등 유통업체들도 이달 행사를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모 음료업체 관계자는 “주류나 음료업체들에게 7,8월이 대목이어서 6월에 행사를 많이 하는데 올해는 메르스 때문에 하기 힘들 것”이라며 “만에 하나 감염 환자라도 나오면 행사를 주최한 기업은 문을 닫을 지경까지 몰릴텐데, 그 책임을 어떻게 감당하겠냐”고 강조했다.
이런 우려 때문에 지자체들도 대규모 행사를 속속 취소하는 분위기다. 인천 부평구는 8일 구청 대회의실에서 EBS 강사 등을 초청해 개최할 예정이었던 ‘과목별 학습전략 및 대학입시설명회 교육특강’을 취소했고, 인천서구문화회관도 3~6일 열릴 예정이었던 ‘오페레타 부니부니 음악탐험대’ 공연을 취소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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