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새로운 성명을 내고 피해자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3월 아베 총리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던 미국 워싱턴 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는 3일 ‘아시아의 외교 저글링’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한ㆍ미ㆍ일 당국자들의 전언을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
이그네이셔스는 “현재 한ㆍ일 양국 사이에는 막후에 강도 높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또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오는 22일 이전에 일본이 성명을 내고 한국이 화답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는 “한·미 당국자들은 과거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일한 프로세스를 가시화하고 있다”며 “일본이 아베 총리의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표현을 넘어 위안부 문제를 참회하는 새로운 성명을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지난 3월 이그네이셔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하면서 행위의 주체와 목적을 적시하지 않아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고 한다는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이그네이셔스는 "미국 당국자들은 아베 총리가 ‘인신매매’ 표현이 누가 매매를 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회피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당국자들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서한을 보내는 것과 같은 개인적 제스처를 취할 수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며 “그 반대급부로서 일본은 이 문제가 법적 소송화되지 않도록 확증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본 고위 당국 관계자는 “ 진전을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진행 중이나 아직 최종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고, 한국 당국 관계자도 “진전이 이뤄지고 있으나 아직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데 공감했다고 이그네이셔스는 전했다. 한국 당국자는 “과거사 문제는 현 단계에서 심각한 도전과제”라면서도 “그러나 다른 수준에서의 양국 관계 발전을 가로막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 칼럼 내용에 대해 “현재 막후 대화채널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협의되고 있는 게 사실이며 새로운 성명이나 서한 발송은 그 일부로 보인다”며 “그러나 아직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과 상당수의 국민들은 일본이 국가적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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