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김재호(30ㆍ두산)는 "꼬시는 투구"라고 했다. "공 한 개는 더 낮게 던지고, 공 한 개는 더 뺀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 2일 경기 선발로 나온 KIA 선발 서재응에 대한 설명이었다. 김재호는 3일 잠실 KIA전에 앞서 "서재응 선배의 변화구만 생각하고 타석에 선다. 하지만 절대 쉽게 안 준다"며 "치면 범타가 될 확률이 높다. 손민한(NC) 선배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재호의 말대로 두산 타자들은 7회까지 서재응의 공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1회 정진호의 좌월 솔로포, 3회 김재호와 정진호가 안타를 때려낸 게 전부다. 다들 꼬시는 투구에 당했다. 서재응은 7회까지 단 82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 시즌 첫 승에 성공했다. 140㎞가 넘지 않는 공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증명했다.
이번엔 두산 차례였다. 느림의 미학 유희관(29)이 나섰다. 유희관은 이날 8이닝을 3피안타 2볼넷 1실점으로 막고 팀의 8-1 승리를 이끌며 시즌 7승(2패)에 성공했다. 직구 최고 시속은 133㎞였지만 주무기인 싱킹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를 고르게 섞어 던져 범타를 유도했다. 넓은 잠실 구장을 십분 활용하며 103개의 공을 던졌고 삼진은 7개였다.
실점 장면은 4회 나왔다. 서재응처럼 솔로 홈런 한 방으로 1실점했다. 1-0으로 앞선 4회 선두 타자 김주찬을 상대한 그는 볼카운트 2B-1S에서 바깥쪽 싱커를 낮게 떨어뜨렸지만, 김주찬이 노리고 있다 걷어 올렸다. 하지만 야수들이 4회말 4점을 뽑아주자 이후부터 투구수를 절약하며 환상적인 피칭을 했다.
유희관은 경기 후 "1회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실점하지 않으며 8회까지 잘 버틸 수 있었다. 상대 타자들이 내 싱커를 공략하기 위해 타석 앞 쪽으로 붙은 것이 보여 직구를 많이 던졌다"며 "포수 (양)의지의 리드가 좋았다. 야수들을 믿고 편하게 던진 것이 승리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