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39)이 마침내 한국 프로야구에 400홈런 시대를 열었다.
이승엽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 경기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구승민으로부터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5-0으로 앞선 3회 말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그는 2구째를 잡아 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개인 통산 400홈런 고지에 올라선 순간이었다. (400홈런의 순간 ▶ 동영상 보기)
야구 역사가 더 깊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기록이다. 140년 역사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400홈런을 달성한 타자는 역대 53명이고, 그 중 현역 타자는 5명에 불과하다. 올해 80주년을 맞이한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총 18명의 타자가 400홈런 이상을 기록했지만, 이중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일본 시절까지 더하면 그의 기록은 더욱 빛을 발한다. 이승엽은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시즌을 일본에서 뛰며 통산 159홈런을 때려냈다. 한국과 일본 합산 홈런은 559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홈런을 논한다면 이승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일찍부터 다양한 기록을 세우며 프로야구 역사를 다시 썼다. 프로 데뷔 첫 해인 1995년 5월2일 광주 해태전에서 선발 이강철을 상대로 첫 홈런을 터트린 이승엽은 99년 최연소 통산 100홈런(22세8개월17일)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01년에는 최연소ㆍ최소경기 200홈런(24세10개월3일ㆍ816경기) 고지를 밟았고, 2003년 최연소·최소경기(26세10개월4일ㆍ1075경기) 300홈런을 쏘아 올렸다. 300홈런은 세계 최연소 기록이다.
한 시즌 50홈런 시대도 이승엽이 앞장섰다. 이승엽은 99년 54홈런을 때려내며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50홈런 고지를 밟았고, 2003년 56개의 아치를 그려 당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월간 최다 홈런 기록도 이승엽이 갖고 있다. 99년 5월과 2003년 5월 각각 15홈런을 때려냈다. 김상현(kt)만이 KIA 시절인 2009년 8월 15개로 타이를 이뤘을 뿐 아직 그를 뛰어넘는 타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의 대기록이 빛나는 이유 중 하나는 꾸준함에 있다. 이승엽은 일본 시절을 제외하고 97년부터 2012년까지 8시즌 연속 시즌 20홈런을 달성했고, 97년부터 2003년까지는 7연속 시즌 30홈런을 작성했다. 97ㆍ99ㆍ2001ㆍ2002·2003년 등 총 다섯 차례 홈런 1위에 올라 최다 홈런왕 타이틀리스트이기도 하다. 400홈런으로 올 시즌 10홈런을 기록하며 역대 6번째로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달성했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특유의 성실함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서도 여전히 "야구가 참 어렵다"고 말하는 이승엽은 여전히 팀 내에서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훈련을 소화할 정도로 야구에 대한 지독한 열정을 가지고 산다. 자신의 위치에 만족하기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여전히 땀을 흘리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달인'의 경지에 도달한 셈이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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