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매각주관사로 주도적 역할
MB정부 실세 개입설 적극 수사
검찰이 3일 포스크그룹 비리 수사와 관련, 산업은행에 대해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산업은행은 포스코가 2010년 성진지오텍 지분을 고가에 매입할 당시 주관사를 맡았다. 포스코의 성진지오텍 고가인수 의혹에는 이명박(MB)정부 실세의 개입설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전날에도 포스코의 인도사업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 대구ㆍ경북(TK)지역 유력기업인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에 대한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이 MB정부를 정면으로 겨냥, 포스코 비리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하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이날 오전9시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M&A(인수합병)실과 서울 수하동 소재 미래에셋자산운용사 등 20여 곳에 수사관 40여명을 보내 성진지오텍 매각 자료를 확보했다. 매각 당시 포스코 본사의 전략사업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전정도(56ㆍ구속) 전 성진지오텍 회장과 M&A 협상을 벌였던 전모(55) 현 포스코건설 전무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 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자 조사 과정에서 성진지오텍 인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단서를 확보했다”며 “그 동안 제기된 의혹들이 단순한 의혹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 섰다”고 수사에 자신감을 보였다.
포스코가 키코(KIKO) 손실로 부도 상태나 다름없던 성진지오텍을 인수하는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다. 2010년 3월17일 포스코는 전정도 전 회장한테서 주식 440만주를 주당 1만6,330원씩(총 719억원)에 사들였다. 석연찮은 대목은 바로 6일 전, 그가 문제의 지분을 산은에서 주당 9,620원씩(총 424억원)에 매입했다는 점이다. 당시 시세는 주당 1만1,000원 수준이었다. 결국 전정도 전 회장은 산은에선 시세보다 싸게 사고, 포스코에는 비싸게 되팔아 1주일도 안 돼 295억원을 벌어 들였다. 특히 포스코가 3월 17일, 미래에셋사모펀드에서 성진지오텍 주식 794만주(873억원)를 추가 매수할 땐 시세 수준으로 거래한 것과 비교하면, 전정도 전 회장에 대한 '특혜'는 더욱 두드러진다
이 같은 ‘수상한’ 거래는 산은이 주도해 제안하고, 포스코가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사정당국 주변에선 전정도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MB정부 실세의 ‘입김’이 포스코와 산은에 동시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게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있다. 당시 민유성(61) 산은 회장과 정준양(67) 포스코 회장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포스코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들여다 보고 있다”며 “고가 인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관련자들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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