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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 여권이 내부갈등으로 시간 보낼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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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금 여권이 내부갈등으로 시간 보낼 때인가

입력
2015.06.0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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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청와대와 여당, 여당 내 ‘친박’ㆍ‘비박’ 갈등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비박 의원들이 일제히 유 원내대표를 감싸고 나섰다. 또 청와대가 ‘공무원연금법 개정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야당 요구대로 국회법을 개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유 원내대표에 전한 것으로 밝혀져 친박계의 눈길을 더욱 차갑게 했다. 어제 열린 최고ㆍ중진 연석회의에서도 국회법 개정안 문제의 해법과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이견이 분출, 당 지도부조차 갈피를 잡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여권 내부의 복잡하게 얽힌 갈등이 가닥을 잡지 못한 채 이렇게 마구 표출되는 사태는 그 자체로 크게 걱정스럽다. 무엇보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확산으로 국민 불안이 큰 상황이다. 국가적 대응 제제 정비에 힘을 모아도 메르스 불안의 조기 해소를 장담하기 어려운 마당에 여권이 집안싸움에만 매달린 듯한 모습은 볼썽사납다. 내부 갈등을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우선 청와대와 친박부터 유 원내대표에 대한 공세를 중단해 마땅하다.

대신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국회법 개정안 사태의 근본적 해결책을 찾는 데 지혜를 짜내어야 한다. 다행히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의 송부를 최대한 늦출 계획이라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 등을 고려해 11일에 송부할 예정이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23일 국무회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기간에 국회와 청와대의 아득한 시각 차이를 누그러뜨릴 정치적 묘수를 어떻게든 찾아내야 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아무런 사전 의견조정 없이 국회법 개정안이 그대로 정부에 송부돼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될 경우의 엄청난 정치적 혼란부터 상상해보길 바란다. 법안이 국회에 환부되면 재상정을 위한 절차에서부터 여야와 여당 내 의사충돌이 빚어질 게 뻔하다. 진통 끝에 본회의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경우에도 재의결되든 부결되든, 청와대나 여당 모두에 회복불능의 정치적 타격을 안기기 십상이다. 그 타격이 어느 쪽에 쏠리든 박근혜 정부의 국정 주도권은 껍데기만 남게 되고, 정부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여당의 의정 주도권도 희석된다. 지금 ‘식물국회’니, ‘식물정부’니 싸우지만, 그때는 두 가지가 함께 현실이 되고, 그에 따른 총체적 국정마비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

국회법이 본회의 의결을 거친 법안의 수정 절차를 규정한 데다 이번 개정안의 관련 조항도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다. 어떻게든 여권이 최악의 사태를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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