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동안 세계 축구대통령 ‘철권’을 휘두른 제프 블래터(79ㆍ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사임을 결정하기까지는 일주일이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5연임에 성공한 이후론 불과 닷새만이다.
스위스 경찰은 지난달 27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바우어 오락 호텔을 급습해 투숙 중이던 FIFA 집행위원회 부회장 2명 등 고위급 간부 7명을 전격 체포, 미국으로 압송했다. 이후 경찰은 곧바로 본부를 수색했다. 전자서류 등 문서를 압수하는 한편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스위스 일부 은행의 계좌도 동결했다.
경찰은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 관여했던 집행위원 10여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도 부정부패 혐의로 FIFA 간부, 스포츠 마케팅 관련 인사 14명을 기소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스위스 당국이 공조를 통해 블래터 회장의 측근들을 대거 체포하면서 블래터의 운신도 급격히 좁혀 들었다. 실제 회장 선거 연기와 FIFA 분열 조짐도 동반됐다.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축구협회 등은 블래터 회장의 5선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 반 블래터 진영은 블래터 회장의 경쟁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 FIFA 부회장을 지지하며 FIFA 개혁에 앞장섰다. 그러나 블래터는 아시아축구연맹(AFC)과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등의 압도적인 지지로 5선에 성공했다.
블래터 회장의 5선 이후에도 그에 대한 비판은 계속됐다. 데이비드 길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사장은 항의의 뜻으로 FIFA 부회장직을 사임했으며 유럽연맹 주요 인사들도 FIFA 최고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에서 사퇴키로 했다. 월드컵 보이콧 목소리도 계속 흘러나왔다.
영국 언론은 급기야 블래터 회장의 스위스 검찰 소환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국 검찰은 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010년 월드컵 본선을 유치하려고 북중미 집행위원들에게 뇌물 1,000만 달러를 전달하는 과정에 블래터 회장의 최측근 발케 FIFA 사무총장이 연루된 것으로 보고 수사에 나섰다. 압박감에 시달려온 블래터 회장은 결국 3일 FIFA 회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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