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블래터(79ㆍ스위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3일 전격 사퇴하면서 17년간 쌓아온 블래트의 ‘금자탑’도 함께 무너졌다는 평가다.
블래터 회장은 인생의 반인 40년 세월을 FIFA에 머물면서 ‘블래터 왕국’을 건설해 나갔다. 1964년 스위스아이스하키연맹 사무국장으로 스포츠와 인연을 맺은 블래터는 이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 창업자의 아들인 호르스트 다슬러의 추천으로 1975년 FIFA와 인연을 맺었다. 블래터는 25년간 FIFA 수장을 지낸 후앙 아벨란제(99ㆍ브라질)의 총애를 받아 FIFA 사무총장을 지냈다. 아벨란제를 등에 업은 블래터는 1998년 FIFA 회장 선거에 당선된 이후 5연임에 성공해 장기집권을 공고히 했다.
블래터는 17년간 FIFA를 이끌면서 아프리카 등 축구 약소국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등 축구 변방에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회원국 역시 203개국에서 209개국으로 늘면서 FIFA의 덩치도 커졌다. FIFA의 최대 사업인 월드컵 수입도 상승세를 달렸다. AP통신은 블래터 회장 재임 17년 동안 130억달러(14조7,00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블래터의 업적과 권한이 커질수록 그를 향한 비판과 반대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블래터 회장은 이날 긴급 사퇴를 발표하면서 그간의 비리 혐의와 부패 스캔들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럽축구연맹(UEFA)과 유명 축구 스타들의 반대 결의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거 출마를 강행한 블래터는 끝내 당선 닷새 만에 백기를 들었다. 블래터가 사임 의사를 밝히자 세계 여론도 비로소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토마스 바흐(62ㆍ독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이번 일이 축구계에 필요한 개혁의 시발점이 되고 FIFA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리더십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축구스타 루이스 피구(43ㆍ포르투갈)는 “마침내 변화가 왔다”며 “나는 블래터 연임이 확정된 날에도 조만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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