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지난 2일 두산-KIA전 뒤 관중이 모두 빠져 나간 컴컴한 잠실구장. 1루쪽 외야 관중석에서 잇따라 '악' 소리가 났다. 두산 캡틴 오재원(30)이었다. 물병 하나를 든 채 쉼 없이 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하던 그는 힘에 부치는지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2주 전 "작년에는 야구가 참 쉬웠는데 올해는 내 뜻대로 안 된다. 개막 후 타격감이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다"던 오재원은 30분 간 땀을 쏟은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같은 시각 그라운드. 전임 주장 홍성흔(39)이 묵묵히 운동장을 돌고 있었다.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기록한 이날 성적은 3타수 무안타 1볼넷. 두산 복귀 후 지난달 18일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서 빠지기도 했지만, 뚝 떨어진 타격감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어느덧 프로 생활 17년째,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지만 이렇게 긴 슬럼프는 처음인 듯하다.
두산 야구의 기복이 너무 심하다. 이기는 날은 박빙 승부가 계속되고, 지는 날은 제대로 된 반격 없이 완패한다. 지난주까지 12경기에서 3연패-3연승-3연패-3연승을 반복한 두산은 니퍼트가 출격한 이날도 KIA에 1-9로 무릎 꿇고 다시 연패 모드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투타 밸런스가 안정적이지 못하고, '업 앤 다운' 현상이 심각하다.
오재원과 홍성흔의 침묵이 뼈 아프다.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가운데 홍성흔(0.232), 오재원(0.239)은 타율 부문 하위권이다. 손시헌(0.175ㆍNC), 권용관(0.205ㆍ한화)과 달리 중심타선에 포진하고 있지만, 결정적인 한 방이 나오지 않는다. 각각 캡틴과 최고참이라는 역할까지 있어 이들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팀 분위기가 다운되는 것도 사실이다. "쳐줘야 하는 선수가 쳐줘야 하는데…"라며 두산 코칭스태프의 한숨이 길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니퍼트의 부진도 '기복'을 만들고 있다. 니퍼트는 최근 3경기에서 3패 10.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5월21일 잠실 삼성전 6이닝 5실점, 5월27일 마산 NC전 5⅔이닝 7실점(6자책), 2일에도 4⅓이닝 동안 8실점하고 조기 강판됐다. 직구 시속은 150㎞까지 찍히고 있지만 제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공이 높게 형성돼 상대가 어렵지 않게 때리고 있다.
두산은 앞으로의 일정이 쉽지 않다. KIA와 주중 3연전이 끝나면 넥센(목동)-LG(잠실)-NC(잠실)-삼성(대구)-롯데(잠실)-SK(잠실)를 차례로 상대한다. 대부분 홈이나 수도권 경기라 이동 거리에 따른 체력 소모는 없지만, 지금의 경기력이라면 기대보다 걱정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그나마 5일부턴 새로운 외국인 타자 데이빈슨 로메로가 출전할 것으로 보여 팀에 활력을 넣어주길 구단은 기대하고 있다.
잠실=함태수 기자 hts7@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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