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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파리의 아가씨

입력
2015.06.0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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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한 아가씨를 만났다. 이름은 소리아. 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한다고 한다. 5월 30일부터 파리 근교 발 드 마른에서 열린 국제시인비엔날레 수행 통역을 맡았다. 드골 공항에 마중 나온 첫 인상은 작고, 수줍음 많고 착해 보인다. 서양인 치고는 발음이 좋다. 한국말 특유의 뉘앙스도 금세 눈치 채서 반응할 정도다. 무슨 얘기 끝에 케이팝 좋아하냐고 물었다. 예전(?)엔 좋아했었는데, 가사를 알아듣고 나서부터는 관심이 없어졌단다. 그 ‘예전’이 언제인지, 처음 좋아한 가수가 누구인지는 비밀이라나. 동행한 시인 S가 짓궂게 “엑소?” 했다. 크게 웃으며 “아니에요!”한다. 문득, 궁금해졌다. 한국가요의 가사가 뭐가 문제인지, 더불어 프랑스 대중가요의 가사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하지만 굳이 묻지 않는다. 대신, 좋아하는 한국시인에 대해 물었다. 대뜸 김소월을 입에 담는다. 채만식의 소설도 언급한다. 의외인 듯도, 당연한 듯도 싶다. 좋아하는 프랑스 시인은 라퐁텐. 어릴 적부터 그의 우화를 좋아했단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 얘기도 한다. 한국에 와서 좋았던 곳은 광화문의 세종대왕 동상이었다는 말엔 웃지 않을 수 없었으나, 그게 왜 웃긴지 스스로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긴, 거리 곳곳에 서 있는 작고 귀여운 신호등이 내겐 마음에 들고 좀 웃기기도 하다. 이곳은 파리 13구 플라스 디탈레.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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