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양주 물의 정원.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름에 바다 말고 그늘 짙은 숲도 괜찮다. 호젓한 숲길 걸으며 아기자기 피어난 야생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관광공사가 '숲 속 야생화 생태 여행지' 5곳을 소개했다. 산책로 잘 갖춰져 있다.
● 경기 남양주 천마산
천마산은 수도권 대표 야생화 산행지다. 여러 개의 등산 코스 중 야생화 보기 좋은 길은 오남읍 팔현리에서 계곡을 따라 천마의집이나 돌핀샘까지 이어진 구간이다.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수진사 코스도 꽃 종류가 다양하다. 천마의집 조금 위까지 이어지는 임도에는 산딸기, 산괴불주머니, 매발톱꽃, 오동나무, 함박꽃나무 등이 자란다.
남양주는 볼거리가 풍성하다. 조안면 진중리에 있는 물의정원은 북한강자전거길이 통과하는 습지 주변을 생태 공원으로 조성한 곳이다. 남양주유기농테마파크는 아이 손잡고 찾기 좋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코코몽 팜빌리지가 있고, 슬로푸드의 고장 남양주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북한강과 나란히 달리는 45번 국도는 드라이브하기 좋다. 그랜드피아노를 형상화한 피아노화장실과 하수처리 방류수를 높이 92m 인공 폭포로 만든 피아노폭포는 일부러 짬을 내 들러볼 만하다. 고종과 순종이 묻힌 홍유릉도 있다.
▲ 곰배령 탐방로. 한국관광공사 제공
● 강원 인제 곰배령
설악산 대청봉을 마주 보는 점봉산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생물권보존지역이다. 정상 남쪽 능선에 위치한 곰배령(1,164m)은 '천상의 화원'이라 불리는 야생화 천국이다. 강선계곡부터 곰배령까지 약 5km에 생태 탐방 구간이 조성되어 귀하고 아름다운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산림청 홈페이지에서 예약하고 강선계곡 입구에 자리한 점봉산생태관리센터로 가면 출입증을 발급받아 탐방이 가능하다. 탐방로는 정상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비교적 완만하다. 야생화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곰배령은 '곰이 하늘로 배를 드러내고 누운 형상'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인제의 현리와 진동리, 양양의 서면의 아낙들은 이곳에다 나물을 널어 말렸다. 정상 풍광은 장마가 끝난 후부터 가을까지가 절정이다. 천상의 화원도 이 때 볼 수 있다.
하루 3회에 걸쳐 300명만 탐방할 수 있다. 오후 2시까지 탐방을 마치고 하산해야 한다. 산림청을 통해 밀 시간과 수칙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인근에 위치한 방태산자연휴양림도 들러본다. 방태산의 울창한 숲과 계곡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수량 풍부한 이단폭포가 백미다.
▲ 연풍새재. 한국관광공사
● 충북 괴산 조령산
조령산은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산세가 아름답다.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의 경계로 과거 보러 가는 선비나 보부상이 넘던 이화령과 문경새재 3관문인 조령관이 있다. 조령관, 조곡관, 주흘관으로 이어지는 문경새재길은 문경 조령 관문(사적 147호), 문경새재(명승 32호) 등이 자리 잡아 역사적으로 중요하고 경치도 아름다운 곳이다.
이 가운데 조령관은 충북 괴산과 경계에 있다. 예부터 괴산 사람들은 조령관을 넘어 한양으로 향하는 소조령까지 8km 구간을 연풍새재로 불렀다. 최근 괴산군이 조령산자연휴양림 입구부터 조령관까지 1.5km를 연풍새재 옛길로 복원했다. 역사와 함께 숲과 야생화 등 자연이 어우러진 길로 거듭났다.
연풍새재 옛길과 조령관을 거쳐 조령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코스는 가볍게 걸으며 야생화를 즐길 수 있는 숲길이다. 휴양림 내 자리한 백두대간생태교육장까지 둘러보면 최고의 생태 여행이 된다.
조령산 인근에는 볼거리도 산재해있다. 괴산한지체험박물과은 닥나무를 이용해 만든 신풍한지의 역사를 배우고 한지 체험도 가능한 곳이다. 수옥폭포, 거대한 암반에 새긴 괴산 원풍리 마애이불병좌상, 보개산 자락에 들어앉은 각연사 등 청정한 자연에 깃든 문화유산도 많다.
▲ 도솔천과 녹음이 어우러진 선운사 선운교. 한국관광공사 제공
● 전북 고창 선운산
천년고찰 선운사가 있는 선운산 일대를 느긋하게 돌아보기 좋은 때는 6월 초순이다. 사람은 적고 숲이 생기롭다. 선운산도립공원 입구에서 도솔암 구간이 야생화 보며 걷기에 무난하다. 왕복 2시간 코스로 경사가 완만해 걷기 편하다. 본격적 생태 탐방은 선운사매표소 지나면서 시작된다. 도솔천 왼쪽 탐방로가 숨은 야생화를 만나기에는 제격이다. 도솔제쉼터부터는 하천보다 숲이 깊다. 야생화와 더불어 삼림욕의 청쾌함을 만끽하며 걷기에 알맞다.
선운산 야생화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는 선운사로 걸음을 옮긴다. 선운사는 전북의 대표적인 고찰이다. 대웅보전, 소조비로자나삼불좌상 등 보물급 문화재도 여럿이다. 만세루에는 탁자와 다기 세트가 구비되어 무료로 차 한잔 마시며 쉴 수 있다. 7~8월에는 경내의 배롱나무 고목들이 꽃을 피운다. 진분홍 꽃이 고찰의 누각과 어울려 장관이다.
▲ 보현산에서 만난 은방울꽃. 한국관광공사 제공
● 경북 영천 보현산
영천을 상징하는 보현산은 야생화의 보고다. 2012년 발간된 '보현산 약초 이야기'에 따르면, 보현산에서 볼 수 있는 야생화는 모두 523종이다.
보현산은 비교적 손쉽게 야생화 탐방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정상에 보현산천문대가 있어 도로가 잘 닦였고, 해발 1000m까지 차로 올라가기 때문에 힘겹게 등산하지 않아도 야생화 탐방이 가능하다.
보현산에서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길은 두 곳이다. 천문대 정문을 마주 보고 오른쪽으로 작은 등산로가 있다. 보현산 북사면을 따르는 이 길 옆에 다양한 야생화가 핀다. 반대편에는 '천수누림길'이라 이름 붙은 데크 로드가 조성되었다. 보현산 정상 시루봉까지 약 1km 이어지는데, 이 길에서도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다. 함박꽃나무, 큰꼭두서니, 미역줄나무, 하늘말나리, 송이풀, 기린초, 물레나물, 노루오줌 등도 6월 보현산에서 볼 수 있는 꽃이다. 나무 데크가 깔린 천수누림길은 아이들과 야생화 탐방을 즐기기 좋다.
보현산천문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관측된 별 13개 중 12개가 발견된 곳이다. 천문대 아래에는 예쁜 벽화가 자리한 별빛마을이 있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고찰 은해사 등과 함께 여행 코스를 짜면 알찬 초여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김성환 기자 spam00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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