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 전 의장이 자신이 주도한 '초저금리를 통한 양적완화 정책'이 소득불평등을 초래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해 눈길을 끌고 있다고 2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 1일 버냉키 전 의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금리·통화 정책이 직접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 또는 완화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소득과 자산의 분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영향을 미친다”고 적었기 때문이다.
버냉키 전 의장의 짤막한 이 문구는 그가 일관되게 '양적완화적 금리·통화정책은 사회적 불평등과 관련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하다고 이 신문은 평가했다. 그러나 이번 언급에도 버냉키 전 의장은 초저금리를 통한 양적완화적 금리·통화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부인하지 않았다. 양적완화 정책이 ‘간접적 혹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악화했다해도 이 정책이 경기부양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것이다. 그는 금리·통화 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에 미치는 효과는 매우 복잡하고 불확실할 뿐 아니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효과가 매우 적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금리·통화 정책이 분배에 미치는 불확실한 효과 때문에 ‘고용을 극대화하고 가격을 안정화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양적완화 정책은 경제에 엄청난 혜택을 준다”고 강조했다.
미국 중앙은행은 미국 경제회복을 위해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채권 매입 등을 통해 1조 달러(1,000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시중에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다. 이 덕분에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양적완화의 효과를 부자들이 독식해 사회불평등이 심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양적완화 정책의 부정적 효과를 강조하는 쪽은 이 정책을 ‘역(逆) 로빈 후드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이런 견해에 반대하는 쪽은 양적완화 정책이 부자들의 지갑을 불린 것은 사실이지만 중산층이 보유한 부동산 가격 등을 높여주는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버냉키 전 의장의 뒤를 이어 미국 중앙은행을 이끄는 재닛 옐런 현 의장도 최근 심화한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우려하고 있지만, 버냉키 전 의장과 생각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
옐런 의장은 지난해 한 강연에서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적 금리·통화 정책이 사회적 불평등을 일으킨 유일한 요인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대신 수많은 경제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