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의 방미 이후 한달 사이에 5조원이 넘는 규모의 첨단무기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자위대 활동의 지리적 제약을 없애고 집단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천명함에 따라 일본이 본격적인 재무장의 길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에 따르면, 국무부는 지난 1일 일본에 E-2D 개량 호크아이 공중 조기경보통제기 4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승인했다. 노스롭 그루먼사(社)가 제작한 이 경보기 4개와 엔진, 레이더, 기타 장비 등의 판매가격은 총 17억 달러(약 1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로써 아베 총리가 미국 워싱턴을 다녀간 이후 일본은 총 3건에 48억9,000만 달러(한화 약 5조4천445억 원)에 이르는 미국산 첨단무기를 구매하게 됐다.
앞서 국무부는 지난달 5일 30억 달러(한화 약 3조2,000억 원) 규모의 V-22B 오스프리 수송기 17대의 판매 계약을 승인한 데 이어 같은 달 13일 1억9,900만 달러 상당의 UGM-84L 하푼 미사일 관련 장비·부품·훈련과 군수지원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이 사들인 첨단무기 시스템은 자위대의 해군전력을 대폭 증강시킬 것으로 평가된다. 오스프리 군용기는 헬기처럼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이착륙하고 비행은 전투기처럼 빠르게 나는 특이한 기종으로 미 해병의 특수전에 쓰이며, UGM-84 하푼미사일은 수중의 잠수함에서 어뢰관을 통해 발사돼 함정과 지상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
‘하늘의 정찰병’으로 불리는 E-2D 개량 호크아이 공중 조기경보통제기는 기존 모델(E-2/C-2)보다 작고 먼거리의 목표물, 특히 연안 해역의 해상 목표물 탐지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최신형 공중조기경보기로 꼽힌다.
그러나 일본의 이 같은 구매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이 2015년도 회계연도 예산편성에서 방위 비용을 사상 최대인 4조9,800억 엔(약 44조2,948억 원)으로 책정하고 ▦해상 자위대의 초계기 P1 20대 ▦섬 상륙 작전에 사용될 수륙양용차 30대 ▦장시간 정찰이 가능한 정찰기 글로벌호크 3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6대 등을 조달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미국산 첨단무기 사들이기는 무기판매의 결정권을 쥔 미국이 아베 총리 방미와 이를 계기로 이뤄진 방위지침 개정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 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데 따른 것이다.
이는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고 동북아 질서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미국 군수산업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앞으로 미국 조야가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미사일 방어(MD) 체계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이 관련 무기체계를 중점적으로 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주변국이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과도한 군사력 증강 드라이브를 걸 경우 역내에서 세 확장을 시도 중인 중국을 자극해 동북아지역 전반의 긴장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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