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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결심 윤차장, 회사서 만두 빚기 특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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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 결심 윤차장, 회사서 만두 빚기 특훈 중

입력
2015.06.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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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직원의 창업 돕자"

올해 초 'CEO 플랜' 도입

업종·입지·메뉴 선정은 물론 6개월간 특별훈련까지 지원

내달 딤섬 전문점·미니 마켓 3, 4호 CEO 잇따라 배출 예정

서울 영등포역 인근 우성타워 6층 ‘CEO라운지’에서 현대카드 CEO플랜의 3,4호점을 준비하고 있는 김혜정(왼쪽), 윤석권 차장. 현대카드 제공
서울 영등포역 인근 우성타워 6층 ‘CEO라운지’에서 현대카드 CEO플랜의 3,4호점을 준비하고 있는 김혜정(왼쪽), 윤석권 차장. 현대카드 제공

서울 영등포역 인근 우성타워 6층에 지난 달 문을 연 ‘현대카드 CEO라운지’. 얼핏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공간처럼 보이지만, 정작 현대카드 CEO인 정태영 부회장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없다. 이 공간은 이미 CEO가 된 사람이 아닌, 향후 CEO가 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일종의 ‘훈련소’이기 때문이다. 대상자는 바로 퇴직을 결심한 직원들이다.

지난 달 28일 오전 이곳에서 현대카드 윤석권 차장은 업무 시간인데도 한 시간째 만두 빚는 동영상을 보는 중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예쁜 모양과 알맞게 익히는 비법을 찾기 위해서다. 그의 앞에 놓인 수첩에는 이렇게 수집한 만두에 관한 정보들로 빼곡하다. 지난 석 달 동안 그는 5,000여번 만두를 빚었다. 그를 포함한 세 가족은 덕분에 질리도록 만두를 먹어야 했다. 지난 주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세 번째 시연에서 드디어 ‘오케이’ 판정이 났다. 이 정도면 사먹을 만 하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달 남짓. 반대하던 아내도 우군으로 돌아섰다. 홀은 아내가 맡고 주방은 그가 맡기로 했다. 장소와 이름도 정해졌다. 서울 서촌의 딤섬전문점 ‘포담(Podam)’. 그는 다음달(7월)부터 이 곳의 사장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다.

같은 시각 옆 자리에 앉은 김혜정 차장은 인터넷에서 채용사이트를 뒤지고 있다. 편의점에서 한달 동안 일할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기 위해서다. 기간이 짧아 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지난 번 한 편의점의 면접에서도 이런 이유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사실 이것은 일종의 ‘위장 취업’이다. 편의점의 시스템을 몸소 경험해보자는 취지다. “직장인의 때부터 확실히 벗겨야 한다” 는 회사의 권유도 있었다. 한 달이 지나면 그는 현대카드 본사 건물 지하에 있는 미니마켓의 사장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야 되기 때문이다.

이 공간의 탄생 배경에는 현대카드가 올해 초 도입한 ‘CEO 플랜(Plan)’이란 프로젝트가 있다. 이 제도는 현대카드가 창업을 꿈꾸는 퇴직 직원에게 창업 상담과 교육, 컨설팅 등을 지원해주기 위해 마련됐다. 정년이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생활을 접기로 한 이들을 어엿한 CEO로 만들어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CEO라운지에 상주하는 현대카드 창업지원팀의 강경식 과장은 “‘퇴직=불안ㆍ좌절’이라는 통념을 ‘퇴직=새로운 도전’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지난 3~4월에는 1,2호 CEO가 잇따라 배출됐다. 1호점은 서울 서교동의 이탈리안 가정식 레스토랑 ‘마이알리노’, 2호점은 청주의 ‘MODERN 韓’이라는 한식 전문점이다.

윤석권, 김혜정 차장은 3호와 4호점의 주인공들이다. 두 명 모두 비슷한 시기(1997년) 입사해 18년 간 회사 생활을 해오다 2월께 CEO플랜을 신청했다. 윤 차장은 “1년 전쯤부터 회사 생활이 지치고 방전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며 “인생의 ‘2모작’이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던 중에 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원자가 모두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도입 초기인 만큼 ‘소수 정예’로 제도를 운영 중이다. 강경식 과장은 “창업을 하려는 의지와 적성에 맞는 지의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고 말했다.

대상자로 선정되면 CEO라운지에서 6개월 가량 ‘특훈’을 받는다. 회사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업종 선정부터 입지 선택, 메뉴와 인테리어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지원을 받게 된다. 창업 후 6개월 동안은 매출 분석 등 ‘애프터서비스’도 진행된다. 윤 차장은 “사내 식당의 요리사로부터 딤섬 전문가 두 명을 추천 받아 비법을 전수받았다”고 말했다.

창업시점이 다가오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시설인 만큼 10% 할인된 가격에 판매를 할 것”(김혜정차장) “5년 내 3호점까지 매장을 늘리겠다”(윤석권 차장) 등의 구체적인 목표도 세워뒀다.

CEO로 변신하는 직원들이 늘어나자 CEO플랜에 대한 사내 지원자도 크게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강경식 과장은 “5개월 정도가 지났는데 수십 명이 지원을 한 상태”라며 “요식업 위주에서 벗어나 벤처나 디자인 등 다양한 업종으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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