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로 수출 먹구름… 내수도 부진, 4년 8개월 만에 14만원 아래 추락
외국인 1486억·기관 802억 매도
하루 새 시가총액 3조 5000억 증발, 현대차 ELS 70종 녹인 구간 진입

현대차 주가가 하루 새 10% 넘게 폭락했다. 제동이 걸리지 않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전망악화에 내수판매 부진까지 겹쳤다.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시가총액 3위 기업의 ‘날개 없는 추락’ 충격은 실물경제과 금융시장을 동시에 강타했다.
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날보다 10.36% 내려간 13만8,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52주 신저가다. 외국인이 1,486억원어치, 연기금을 위시한 기관이 802억원어치의 현대차 주식을 내다 팔며 낙폭을 키웠다. 현대차 주가가 14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0년 8월28일(13만8,000원) 이후 4년 8개월여만이며, 10%대 낙폭 또한 2011년 9월19일(-10.98%)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3조5,000억원 증발하며 시총 4위 한국전력(29조4,340억원)과의 격차가 1조원 정도로 좁혀졌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리막을 걷던 현대차 주가는 이날 12년여 만에 달러당 125엔대에 올라선 엔저(低)의 서슬에 곤두박질쳤다. 자동차 산업은 일본과 수출경합도가 높아 엔저에 특히 취약하다. 전날 장 마감 뒤 발표된 지난달 판매실적 부진은 투자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했다. 지난달 현대차 판매량은 국내 5만4,990대, 해외 33만4,309대 등 38만9,299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줄었다. 특히 내수판매 감소폭이 8.2%로 컸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2분기, 특히 5월은 자동차 판매가 많은 성수기인데도 판매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중국 등 주요 해외시장에서 인센티브를 대폭 제공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도 판매량이 부진한 점이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폭락의 여파는 이날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졌다. 현대차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225종 가운데 70종이 하루 아침에 녹인(knock-in,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3,000억~4,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현대자동차그룹 주가 역시 동반 추락했다. 현대모비스는 장중 52주 신저가로 밀리며 전날보다 8.47% 떨어졌고, 기아차(-4.12%)와 현대위아(-12.19%) 등도 급락했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는 현대차 주가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신차 판매가 늘기 위해서는 빨라야 7월을 넘어야 할 것”이라며 “실적 회복 기회도 적고 시장 상황도 더 이상 우호적이지 않아 현대차가 근본적인 위기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엔저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수출기업을 강타하기 시작한 건 더 우려되는 대목이다. 5월 수출이 6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세를 보인데 이어 개별 기업 주가 쇼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엔저에 좀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라 자동차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중간배당에 대한 기대감과 신차 효과를 들어 현대차 주가 하락세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7월 유럽, 10월 중국에 신형 투싼을 출시하고, 아반떼·에쿠스 신차도 4분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그룹 계열사의 주가 약세는 주요 시장의 통화 약세 등 외부적 변수에 따른 것으로, 회사 펀더멘털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