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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안 준 사장이 당당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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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안 준 사장이 당당한 이유

입력
2015.06.0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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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위반 신고해도 99%가 시정조치

근로감독관이 합의 종용 경우 많아

"처벌 낮으면 최저임금, 종이호랑이"

독일선 미달 사업장에 벌금 6억원

대학 등록금에 보탤 생각으로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야간 아르바이트 근무를 했던 예비 복학생 김모(25)씨는 일을 그만 둔 지난 5월까지 매월 150만원을 받았다.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한 달 꼬박 10시간(휴게시간 1시간 포함)씩 일한 결과다. 휴일은 2주에 한 번 토요일에만 허용됐지만 그는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다. 월급을 근로시간(252시간)으로 단순하게 나눈 시급(5,952원)이 최저임금(5,880원)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임금체불 문제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매달 79만원씩 월급을 덜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최저임금 문제가 심각해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무사에게 문의했더니 5인 이상 사업장이면 줘야 하는 야간ㆍ연장근로 수당까지 따지면 월급으로 229만3,380원을 받아야 한다는 얘길 들었다”며 “처음에 괜찮은 일자리라고 생각했던 게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의 진정에도 사업주가 처벌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부분 시정조치가 내려지는데 사업주가 미지급액을 주면 더 이상 문제삼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솜방망이 처벌’이 최저임금법을 유명무실하게 하고, 업주들로 하여금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지적이다.

2일 고용부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업장 현황’에 따르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장 수는 꾸준히 감소해 2010년 1만2,085곳에서 지난해 1,645곳으로 크게 줄었다. 그러나 사법 처리된 경우는 2010년 10건, 2011년 11건, 2012년 6건, 2013년 12건, 2014년 16건에 그쳤다. 지난해를 제외하면 모두 전체 위반 건수의 1% 미만이다. 반면 시정조치한 비율은 99%가 넘는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 미만을 지급하거나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따라 조치한 것으로 봐주는 건 아니다”며 “사법처리 수준은 검찰청 소관이어서 어떤 처벌이 내려졌는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준수, 근로계약서 작성, 임금체불 예방 등 기초고용질서 확립을 강조해 온 고용부가 ‘업무 이외 영역’이라며 사법 처리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최저임금, 아르바이트 임금 체불 등은 소액인 경우가 많아 진정을 넣어도 근로감독관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합의를 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기초고용질서 확립을 위해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2008년 ‘세계임금보고서’에서 “근로감독 행정이 취약하고 벌칙 수준이 낮으면 최저임금은 종이호랑이가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국 저임금위원회는 최저임금 위반업주 명단 공개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 독일에선 최저임금 미지급 사업장에 50만유로(약 6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최재혁 참여연대 간사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와 함께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권익 보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무너진 기초고용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선 법 준수의 강제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은 노동자는 227만명(12.1%)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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