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검찰, 블래터 압박 수위 높여
국제축구연맹(FIFA)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미국 뉴욕주 검찰이 제롬 발케(55) FIFA 사무총장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칼 끝이 FIFA 2인자이자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의 최측근인 발케 사무총장을 겨누면서 블래터 회장을 향한 압박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일 뉴욕주 검찰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2010년 월드컵을 유치할 목적으로 FIFA 관계자들에게 1,000만달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케 사무총장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발케 사무총장을 ‘익명의 FIFA 고위 관계자’로 지칭해 그가 2008년 FIFA를 통해 잭 워너 FIFA 전 집행위원이자 당시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 계좌로 1,000만달러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거래는 지난주 워너가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핵심 이유다. 다만 공소장엔 발케 사무총장이 앞서 기소된 14명의 FIFA 관계자나 스포츠 마케팅 회사 관계자들과 달리 해당 자금이 ‘뇌물’인지를 알고 있었는지는 나와 있지 않아 아직까지 공모를 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NYT는 전했다.
발케 사무총장은 NYT에 이메일을 보내 “돈을 워너에게 송금하지 않았으며 그럴 권한도 없고 검찰로부터도 어떠한 혐의도 받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FIFA 규정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조직 회계를 관리하고 금전 거래를 승인할 권한이 있다. 만일 발케 사무총장 연루돼 있다면 블래터 회장도 금전 거래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을 일으킨다고 NYT는 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제의 1,000만달러는 2008년 1~3월 세 차례에 걸쳐 송금됐으며 이에 관여한 FIFA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 의문이 증폭돼 왔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주 5선에 성공한 이후 “나는 분명히 아니다. 나는 1,000만달러가 없다”고 본인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발케 사무총장은 이전에도 FIFA 재정과 관련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마케팅 국장으로 2003년 FIFA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마스터카드 비자 등과 후원 거래 협상을 진행하면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2006년 12월 해고됐다. FIFA는 당시 “FIFA 협상 과정에서 비즈니스 원칙을 위반한 것을 간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블래터 회장은 발케를 사무총장으로 재발탁해 지금까지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편 FIFA는 이날 성명을 통해 1,000만달러 송금을 승인한 임원은 훌리오 그론도나 당시 재정위원장이라며 NYT보도를 부인했다. 그는 지난해 노환으로 사망했다. 2010 월드컵 유치전 당시 남아공 월드컵조직위원회 위원장이었던 대니 조단도 최근 돈을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돈의 목적이 뇌물이 아닌 축구 발전 기금이었다고 주장했다. 조단은 “남아공이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된 지 4년 뒤에 돈을 줬다는 사실 자체가 뇌물이 아니라는 증거”라고 맞섰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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