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야구에서 배우는 투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야구에서 배우는 투자

입력
2015.06.02 16:55
0 0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야구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고, 한 순간에 전세가 역전되고, 때로는 실력이, 때로는 운이 좌우하는 야구는 투자와 비슷한 점이 많다. 예로부터 투자의 명인들은 투자의 비법을 야구에 비유한 바 있다. 워렌 버핏은 좋은 공이 들어올 때만 배트를 휘두르라고 했고, 피터 린치는 10배의 수익을 올리는 종목을 '10루타 종목'이라고 불렀다.

트레이더의 필살기인 기술적분석 역시 야구와 비슷한 점이 많다.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타자는 미리 알 수 없다' 기본적 분석을 주로 하는 애널리스트들은 때때로 현 추세에 역행하는 전망을 내곤 한다. 기업의 실적이나 업황, 경제 환경 등을 근거로 몇 달 뒤, 심지어 몇 년 뒤의 주가를 예단하고 목표가를 제시한다. 하지만 미래의 가격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증시를 붕괴시켰던 급락의 원인은 그 어떤 경제학자나 전문가들도 미리 감지하지 못했다. 기술적 분석가들은 주가를 미리 예단하지 않는다. 단지 현재 진행 중인 가격의 추이를 분석하여 향후 진행될 방향을 어림짐작할 뿐이다. 타자가 공을 때릴 수 있는 것은 투수가 던질 공을 미리 알기 때문이 아니라 투수의 손끝을 떠난 순간부터 공의 궤적을 관찰하기 때문이다.

'예리하고 낙차 큰 변화구는 공략이 어렵다' 타자가 공의 궤적을 관찰하여 타점을 예상하더라도, 예리하게 휘어지는 커브나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은 대응하기 힘들다. 기술적 분석은 주관적인 패턴인식이나 수리적 모형으로 주가의 방향을 예상하지만, 단지 확률적으로 높은 쪽을 선택할 뿐이다. 예상을 뒤엎고 급락하거나 급등하는 주가 앞에서 현란한 분석도구들은 무용지물이다. 100% 완벽한 분석기법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론만으로 공을 칠 수 없다' 야구를 도서관에서 배우는 선수는 없다. 기술적 분석을 처음 배우는 사람은 먼저 캔들 패턴을 배우고, 이동평균선을 배우고, 추세선 긋는 법을 배우고, 보조지표의 매매 시그널을 알게 된다. 이러한 것들은 기초서적 몇 권만 읽으면 금방 이해할 수 있고 응용도 가능하다. 하지만 변화구의 종류를 아는 것과 직접 배트를 들고 현역선수의 공을 쳐내는 것은 별 개다. 기술적 분석을 실제 시장에 적용해보면 때로는 맞고, 때로는 틀리다. 확률적으로 계속 매매를 하면 누적으로 수익이 날 거 같지만, 조금씩 벌었다가 한 번에 다 말아먹는 것이 투자다. 끝없이 고민하고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기술적 분석의 한계와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 그는 마침내 공을 받아 쳐낼 수 있는 프로가 된다.

프로야구의 세계에서는 노력해도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대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타고난 재능과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 투자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이론과 경험, 재능과 운의 네 박자가 갖춰줘야 불세출의 트레이더가 탄생하는 것이다.

주식부처는 십 수 년간 기술적 분석을 연구하고 있는 선물 트레이더다. 자본시장에서 1조를 버는 것이 그의 인생목표다. 2012년 자신의 투자철학을 담은 '주식부처의 투자설법'을 출간한 바 있다. stockbuddha@daum.net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