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법원 의미있는 판결 2제
미국 대법원이 미국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종교와 취업차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표현의 자유’ 논란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없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채용 결정에 종교요소가 고려되어서는 안되며, 내용이 위협적일지라도 SNS에 실린 글에 대해서도 ‘표현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대법원은 1일 이슬람교도 여성 머리쓰개인 ‘히잡’ 착용을 빌미로 여성 구직자의 채용을 거부한 의류업체 애버크롬비의 손을 들어줬던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총 9명 대법관 중 8명이 이슬람교도 구직자가 억울한 처사를 당했다고 판단했다.
미 언론에 따르면 이슬람교를 믿는 미국 여성 사만다 엘라우프는 17세이던 2008년 애버크롬비 구인 인터뷰에 참가했다. 합격에 충분한 점수를 얻었으나, 면접관이 히잡 착용을 이유로 ‘외모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불합격 처리하자 시민단체 도움을 얻어 소송을 제기했다. 2011년 1심에서는 2만달러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2심 재판부가 ‘애버크롬비가 원고 여성을 부당하게 차별했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하면서 이 사건은 전국적 이슈로 떠올랐다.
미국 대법원은 “구직 희망자의 종교는, 고용주가 확인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고용주가 채용 근거로 삼을 수 없다”며 면접관의 행동이 인종이나 종교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법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법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이혼한 아내를 겨냥해 “베개로 질식사시켜 계곡에 버리겠다”는 글을 올린 한 미국 남성에 대한 하급법원의 유죄선고를 기각했다. 수정헌법 1조가 규정한 ‘표현의 자유’를 온라인과 SNS에서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활발한 가운데 중대한 사법적 판단이 나왔다는 평가다.
대법원은 ‘엘로니스 대 미 정부’로 불리는 이번 소송에서 이혼한 아내와 유치원생, 연방수사국(FBI) 요원 등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1, 2심에서 유죄와 함께 44개월 징역형이 선고됐던 앤서니 엘로니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다수의견을 낸 7명을 대표해 쓴 판결문에서 ‘엘로니스의 글이 합리적인 사람이 위협을 느낄 정도라는 것을 검찰이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엘로니스는 2011년 별거 중인 아내를 겨냥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기소됐다.
1, 2심 법원에서는 ‘베개로 질식사시켜 계곡에 버리겠다’는 표현은 보통 사람이 위협이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판단,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엘로니스의 변호인들은 이 글이 그래미상 수상자인 래퍼 에미넘의 노래 가사를 옮긴 은유적 표현일뿐만 아니라, 수정헌법 1조에 따른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미 언론들은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SNS를 둘러싼 수정헌법 1조의 적용 범위를 판단한 첫 사례라고 풀이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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