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적 거세'란 무엇인가요?
최근 성범죄자의 재발 방지에 대한 방안이 논의 될 때, 자주 거론 되는 말이 화학적 거세 입니다. '거세'라는 말이 들어가므로 용어 자체가 조금은 놀라움을 주는 말이긴 합니다만, 사용 되는 방법 자체는 전립선 암의 치료로서 꽤 자주 사용 되는 약물치료의 한 방법입니다. 화학적 거세란 약물을 이용하여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약물 투여 후의 남성호르몬 수치가 고환이 제거된 사람의 남성호르몬 수준까지 떨어지게 되므로 약물을 이용한 거세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화학적 거세' 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습니다.
약물에 따라 1개월 또는 3개월 주기로 주사 약물을 투여 하게 되는데 약물을 끊고 나면 남성호르몬 수치가 다시 정상수치로 증가 하게 됩니다. 약물 투여의 부작용으로 얼굴이 열감을 동반하여 붓는 느낌이 들거나 무력감이 듭니다. 장기적인 투여 시에는 심장질환의 위험도 증가 할 수 있지만, 보통 그 정도가 미미하고 암의 치료에는 매우 효과적이어서 전립선 암의 약물치료에는 필수적으로 쓰는 꽤 안전한 약물입니다.
성범죄자의 재발을 막기 위한 자발적인 치료로 효과가 좋았다는 사례 보고로 봐서는 성충동의 억제를 위한 치료방법으로는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립선암으로 화학적 거세와 같은 약물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 중에도 성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환관들 조차 결혼을 하고 성생활이 가능했다는 기록으로 봐서 약물이 성적 충동을 100% 막거나 성능력의 무조건적인 상실을 일으킬 것이라는 예측은 불가능 합니다.
실제 성충동을 줄이는 것이 본인의 개과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자발적 동의 하에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라면 가장 좋은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그 절차에 대해서도 의견 충돌이 심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쓰기엔 위에 언급한 부작용 문제나 효과 그리고 지속성 등 고려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화학적 거세 라는 말이 성범죄자를 단죄하는 징벌적 의미로 통쾌함을 주는 용어이긴 하지만 그 과정은 용어에서 상상되는 과정과는 많이 다릅니다.
효용성을 따져 보고, 정확한 이해와 동의 후에 원칙을 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영훈 원장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에서 비뇨기과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다. 비뇨기종양학회와 내비뇨기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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