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5월 강수량 평년 7% 6.2mm
고랭지 안반데기 파종도 못할 판
감자 등 밭작물 생육저하도 극심
강릉을 비롯한 강원 영동권에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물 부족으로 농작물 생육이 부진한 것은 물론 파종마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가슴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기상청 집계 결과, 5월 강릉의 강수량은 6.2㎜로 평년 89.1㎜의 7%에 불과했다. 1973년 이후 42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다.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누적 강수량이 52.5㎜로 평년(199.2㎜)의 26%에 불과한 기록적인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평창에서 감자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감자 알이 한창 굵어져야 하는 시기인데, 물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니 제대로 크지 않는다. 하늘이 원망스러울 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태백산맥 능선인 강릉 대기리 등지 고랭지 채소 주산지에서도 모종을 심는 작업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좀처럼 비 구경을 하지 못한 데다 폭염이 이어져 땅속 30㎝까지는 족히 바싹 말라버렸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라면 모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없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실제 ‘안반데기’라 부르는 고랭지 산지인 대기리에서는 보름 전에 시작했어야 할 배추를 심는 작업을 지난 1일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심었으나 이튿날 작업을 중단했다. 전날 심은 모종이 타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198만㎡에 이르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고랭지 채소단지로 작황이 국내 식탁물가에도 큰 영향을 준다. 극심한 가뭄이 단지 농민들만의 일이 아닌 이유다. 이정수(58) 강릉 대기4리 이장은 “가뭄으로 파종시기가 자꾸 늦춰지게 되면 전국적으로 배추를 심는 기간이 겹치게 돼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하락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영동지역 평지 논밭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고랭지보다 상대적으로 물을 대기가 쉬울 것 같지만 지하수량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강릉지역에선 아직 논 19㏊가 모내기를 못했다. 감자와 옥수수 등 밭작물은 생육저하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봄 무와 깨 등 일부 작목은 파종조차 못하는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 논 농사를 짓는 조모(67)씨는 “양수기 등을 총동원해 밤낮으로 물을 대는 물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며 “한해 농사를 망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15일까지는 모내기를 모두 마치도록 한다는 계획아래 영농철 비상대책을 가동했다. 시는 예비비 12억 원을 긴급 편성, 가뭄 피해가 심한 논 밭을 대상으로 양수장비 및 암반 관정 설치 등을 지원하고 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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