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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개도 거부하던 애플, 이젠 100% 재생에너지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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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공개도 거부하던 애플, 이젠 100% 재생에너지 쓰죠

입력
2015.06.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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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재생에너지 100% 쓰기

미국서 성과 크자 국내서도 진행

"혁신ㆍ지속 가능성 강조하는 IT… 클린에너지 문제 외면 못할 것"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 시작을 앞두고 개리 쿡(왼쪽) 선임분석가와 이현숙 활동가가 2일 서울 서교동에 있는 그린피스 한국지부 사무실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년)
그린피스의 '딴거하자' 캠페인 시작을 앞두고 개리 쿡(왼쪽) 선임분석가와 이현숙 활동가가 2일 서울 서교동에 있는 그린피스 한국지부 사무실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있다. 이명현 인턴기자(숙명여대 미디어학부 4년)

“솔직히 우리 기업들 반응은 놀라울 정도로 냉담해요. 그렇지만 비관적으로 보진 않아요. 미국 기업들도 딱 10년 전에 그랬거든요.”(이현숙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활동가)

“맞아요. 시작이 어렵지 일단 동기만 부여되면 변화는 순식간에 일어납니다. 그 속도를 보면 깜짝 놀라게 되리라 믿어요.”(개리 쿡 그린피스 IT 분야 선임분석가)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그린피스 한국지부 사무실. 맞장구라도 치듯 이야기 나누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두 활동가는 똑같이 연하늘색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 셔츠에 ‘딴거하자’는 구호가 새겨져 있다. 딴 걸 하자고?

‘딴거하자’는 그린피스가 요즘 ‘밀고 있는’ 사업이다. 첨단 IT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를 쓰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2009년 미국에서 ‘쿨 아이티’(Cool IT)이란 이름으로 시작됐다. 이를 위해 그린피스는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지, 사용비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나 목표가 있는지 등을 따져 점수를 매겼다.

성과는 놀라웠다. 처음 시큰둥해 하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이행했거나, 이행을 약속한 뒤 그 약속을 착착 지켜가고 있다. 운동은 영국, 대만, 인도 등 다른 나라로도 번져가고 있다.

‘딴거하자’는 ‘쿨 아이티’ 운동의 한국판이다. 그린피스는 그 첫 단추로 3일 삼성, 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한국 IT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활용율 통계치 등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신의 인터넷은 깨끗합니까? 2015년 한국 IT기업 재생에너지 성적표’ 보고서다. 개리 쿡과 이현숙씨는 “한국 IT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활용 비율은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라고 귀띔하면서도 운동의 성공을 낙관했다. 보고서 공개 이후 본격적으로 한국 캠페인을 진행할 두 사람이 무릎을 맞대고 앉았다.

쿡=IT 분야의 전력소비량은 엄청나요. 인터넷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데이터센터 건설이 줄을 이었죠. 문제는 이들 센터 대부분이 화석연료 에너지를 쓴다는 거에요.

이현숙=맞아요. 한국일보를 보니 2017년에는 전세계 정보량이 세계 해변가 모래알 갯수보다 57배나 더 많아질 것이라는 기사가 있더군요. 지금보다 더 많은 센터가 필요하다는 얘긴데 앞으로가 걱정이지요.

쿡=쉽진 않아요. 미국에서 처음 이 얘길 꺼냈을 때 IT기업들 모두 펄쩍 뛰었어요. 거대 석유화학기업 같은 곳도 있는데 왜 하필 우리냐고. 그런데 IT업계를 하나의 국가로 간주하면 이미 전력소비량 규모가 세계 6위에요. 상상 이상이죠.

이현숙=한국 기업만 그런 게 아니었군요.

쿡=애플은 재생에너지 관련 정보공개를 거부했고요. 페이스북이나 구글은 우리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박했죠.

이현숙=한국 IT기업들의 반발은 더 심해요(웃음). 어떤 분은 20~30년 뒤에 나 죽고 없는데 재생에너지가 무슨 소용이냐고 하고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봐달라는 분도 계시고요. 그런데 세계적 IT기업들은 물론, 우리 IT기업들도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무척 강조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재생에너지 문제를 끝까지 외면할 수 있을까요.

쿡=처음엔 어려워도 일단 변하면 빨리 진행된다는 게 그 말입니다. 화석연료 사용비율이 50~60%에 이르던 페이스북 데이터센터만 해도 2011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계획을 발표했어요. 2010년 재생에너지 사용비율이 16%에 그쳤던 애플은 미국 내에선 100% 재생에너지를 쓰고, 해외 사용비율은 87%를 넘었어요. 해외투자 때 아예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조건으로 내걸기도 해요.

이현숙=처음과 달리 지금은 재생에너지를 자신들의 브랜드처럼 내세우는 거군요. 그런데 그 변화가 회사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면서요.

쿡=IT업체들의 데이터센터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있어요. 화력발전이나 원자력발전을 하는 듀크에너지라는 거대 에너지기업이 독점하고 있었죠. IT업체들이 재생에너지를 공급해달라고 얘기하니까 처음엔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느냐’고 반발했죠. 그러나 지금은 듀크에너지 자체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쪽으로 돌아섰고, 주정부도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을 내놓기 시작했어요. IT기업의 변화가 기존 발전 회사와 주정부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거죠.

이현숙=지금 한국의 화두인 창조경제, 새로운 성장동력, 일자리 창출 같은 것과도 연결되겠네요.

쿡=미국 정보기관이 도ㆍ감청하고 있다는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 IT기업에 대한 신뢰가 약화됐어요.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미국 IT업체들도 해외에 데이터센터를 옮기는 추세이고, 유럽에서는 미국에 데이터센터가 있는 업체와 거래를 기피하는 경향도 있어요. 그래서 아시아쪽이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인기가 높을 것이란 얘기도 나와요.

이현숙=IT 강국이라는 한국이 IT기업을 받아들일 때나, 해외에 IT기업으로 진출할 때 모두 재생에너지라는 문제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는 셈이군요. 그래서 사실 이번 보고서가 우리 IT기업들을 공격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쿡=그럼요. 재생에너지 활용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하자는 게 우리의 참 뜻입니다.

이현숙=지난달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때 IT 전문가 1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우리 IT기업의 재생에너지 활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대답이 70%를 넘었어요. 이걸 현실화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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