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택현 LG 투수코치는 은퇴 전 불펜 투수들에 대한 인색한 평가에 늘 아쉬움을 나타내며 처우 개선을 당당하게 요구했다. 그는 "현대 야구는 치열한 불펜 싸움이 키워드이지만 정작 시즌이 끝난 뒤엔 그들을 쳐다보지 않는다"면서 "후배들이 좀 더 세심하게 평가 받고 자신의 자리에서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G는 2년 연속 4강에 오른 성적을 바탕으로 불펜의 핵으로 활약했던 신재웅과 유원상 등이 억대 연봉 반열에 올라서며 류택현의 바람은 후배들에게 어느 정도 전달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올 시즌 이동현(32ㆍLG)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가 되는 이동현은 시즌 초반 페이스만 놓고 보면 개인 역대 최고의 성적이 예상된다. 2일 현재 22경기에 나가 4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은 1.52에 불과하다. 부진한 팀 성적에 묻혀 있지만 10개 구단 불펜을 통틀어서도 눈에 띄는 활약이다. 선발 마운드가 불안한 와중에서도, 마무리 봉중근이 흔들릴 때도 이동현만 고군분투했다. 상위권 팀에 있었다면 홀드 부문에서 선두권을 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2001년 LG에 입단한 이동현은 신예 시절 이상훈(두산 코치)과 필승조를 이룰 만큼 유망주로 꼽혔다. 그러다 팔꿈치에 탈이 나 2004년을 끝으로 무려 4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재기가 불투명하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왔지만 이동현은 2009년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세 차례 팔꿈치 수술을 한 선수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년간 48홀드를 올리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앞장섰다.
이동현은 LG의 중간 투수로는 역대 첫 번째 FA가 된다. 불펜 투수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바란다는 류택현 코치의 희망은 이동현이 제대로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LG 이동현.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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