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한 작은 호텔. 멋들어진 담쟁이와 오밀조밀한 디자인. 외관이 퍽 예쁘장하다. 호텔 이름도 ‘아름다운 예술(des beaux arts)’. 그런데, 객실에 들어오니 퍼뜩 떠오르는 게 서울의 한 고시텔. 좁고 답답하고 게다가 금연건물이다. 동행자들은 금연을 ‘금언(禁言)’이라 여기는 골초 시인들. 하지만 이제 한국에서도 흔한 일이니 그러려니 한다. 눈치껏 피우다가 들키면 ‘깨갱’하는 수밖에. 더 피곤한 건 담배가 아닌, 인터넷 설비와 와이파이 문제. 객실 별로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받았지만, 시원하게 터지지 않는다. 패스워드를 수 십 차례 두드렸으나 에러 메시지만 거듭. 속이 타고 조급증이 몰려온다. 괜스레 담배만 계속 피워 문다. 한국에선 겪어 보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문제다. 당장 쓰고 있는 이 글부터 제 때 보낼 수 있는지 불안해진다. 근처 카페 같은 데 들어가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문제라곤 하지만, 이상하게 안정이 안 된다. 문득, 이 불안감이 상황에 대한 인지와 해결방법에 대한 고심 때문이라기보다 습관에 의한 무조건적인 뇌파 흔들림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몸이 와이파이의 자동로봇이 된 셈이다. 그랬더니, 공연히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노트북을 물리고 심호흡해 본다. 창밖은 파리의 푸른 새벽. 새소리가 리드미컬하다. 이 글은 저 새들이 물어다 주겠지. 지금, 읽고들 계시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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