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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남북 군비경쟁의 악순환

입력
2015.06.0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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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달 21일 워싱턴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계 배치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드 배치에 대한 정부 대 정부의 협의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정상 간 회담에서만 정식 의제로는 배제하겠다는 것이지 이후 다른 고위급 회담에서조차 다루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사드는 들여오지 않는 것이 옳다. 한미 양국은 사드를 북한의 중ㆍ단거리 미사일 (핵)위협에 대한 방어용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는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사드가 미국의 효과적인 방어용 무기라면 비례적으로 북한의 대남, 대미 군사적 위협을 질적으로 증가시킬 것임은 명백하다. 북한은 사드를 뚫을 수 있는 무기 체계를 만드는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진위 논란은 있지만 북한이 지난 4월 23일 실시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MB) 실험 성공이 한 예이다. 이처럼 남북한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반복되고 복지, 환경, 교육 분야의 예산 축소는 불가피하다.

게다가 미 국방부와 국무부 관료조직에 신경망처럼 광범위하고도 뿌리 깊게 박혀있는 군수산업체들과의 유착관계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비대칭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정부가 이를 뿌리치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여기에는 오랜 분단으로 사실상 고착화된 미국으로 경도된 내면화된 의존의식도 한몫하고 있다. 이는 한미동맹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군산복합체가 이를 내버려둘 리가 없다.

무기판매는 첫째, 자국의 무역수지 균형뿐만 아니라 동맹국에 대한 지원 성격도 동시에 지니게 마련이다. 둘째, 미국의 군사적 부담을 동맹국에 전가시키는 기능도 있다. 셋째, 선별적 무기 판매를 통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도구로도 이용된다. 마지막으로, 무기판매는 무기 수입국의 정치 및 관료세력과 군부엘리트들과 연결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올해 발표한 ‘국제 무기 거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이 최근 5년간(2010~2014년) 미국산 무기의 최대 수입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생산자(미국)와 소비자(한국) 사이에는 이른바 중간자 역할을 하는 군부 엘리트와 고위관료들이 넓게 포진되어 있다. 중간자가 갖추어야 할 주요 역할 중 하나는 군산복합체로 대변되는 미국의 주장과 논리들을 빠르게 흡수하여 이를 국내 오피니언 리더(학계, 언론계 등)들에게 ‘세련되고 영리하게’전파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드는 방어능력 면에서도 여태껏 검증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드가 성공적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가정하더라도 파편으로 인한 2차 피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특히 휴전선과 인접한 서울을 포함해서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 지역으로 떨어지는 2차 피해는 사드의 방어 기능이 스위스 치즈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있음을 보여준다. 사드는 북핵 위협에 대해 한미 매파들이 선호하는 1개 포대에 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 초호화 부적(符籍)에 불과하다.

대결과 반목, 불신이라는 냉전적 기운이 감도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이라는 철학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경직된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사드 없이도 얼마든지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를 외칠 수 있는 동맹이지 않은가. 사드 배치를 철회하더라도 북한이 더 유리해지는 상황 또한 쉽사리 조성되지 않을 것이다.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니라 비록 시간이 걸리더라도 무엇이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병철 평화협력원 비확산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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