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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아" 음지의 性교육을 구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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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아" 음지의 性교육을 구원하라

입력
2015.06.02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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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性, 21세기에도 여전히 '은밀하게 배워보게'

<2> 캠퍼스는 '몸만 자란 어른'들의 세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성(性)적인 존재다. 누구나 성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지식을 습득하는 경로는 제한적이다. 성년이 되어도 성 지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는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는 게 현실. 피임법과 위생 위주의 성교육 대신 성평등·성역할·성차이 등 성인권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1편과 2편에서는 대학생들이 성과 관련해 부딪히는 개인적·사회적 고민을 다뤘고, 3편에서는 대학생들의 성 태도 변화에 따른 교육 방향에 대한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봤다.

성년이 되어도 성 지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는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는 게 현실. 피임법과 위생 위주의 성교육 대신 성평등·성역할·성차이 등 성인권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성년이 되어도 성 지식은 인터넷에 널려 있는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하는 게 현실. 피임법과 위생 위주의 성교육 대신 성평등·성역할·성차이 등 성인권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性 지식에 목마른 대학생들

성을 대하는 태도는 세대별로 확연히 다르다. 기성세대가 성을 개인적 경험의 영역으로 여기고 감췄다면, 지금의 20대가 성을 대하는 태도는 '발칙하다'는 표현으로 폄훼할 수 없을 만큼 주체적이고 적극적이다.

'성과 사랑' 성의 이해' '성과 사회' 등 대학별로 성을 주제로 한 수업은 수강 경쟁이 치열하다. 그만큼 대학생들이 성 지식에 목말라있다는 얘기지만, 대학 내 성교육 시스템은 미비한 실정이다. 일부 대학에서 강사까지 초빙해 특강을 마련하고 있지만 단발성에 그치고 있고, 학생수에 비하면 개설된 강좌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교에서 충족하지 못한 지식은 학교 외 공간에서 채우기도 한다. 사회적 기업인 '열정대학'에서는 학생 스스로 과목을 개설해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나누는데, 20대 성교육전문가 이석원(27)씨가 만든 '섹스학과'가 있다. 이곳에는 성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싶은 학생들이 찾아온다. 5기 수강생 윤하얀(20·여)씨는 "대학 1학년 때 성 심리학이라는 교양 강좌를 듣고 싶었는데 수강신청이 힘들어 포기했다"면서 "연애 경험이 없고 성에 대해 잘 모르는 만큼 스스로 공부해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性 부끄럽게 여기는 사회에 반기

성에 대해 공부를 시작한 게 계기가 돼 성을 주제로 한 사업에 뛰어든 대학생들도 있다. 대학생 성민현(23·한양대 경영 2학년 휴학)씨는 고교 동창생 2명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콘돔을 판매하고 있다. 벤처 투자를 받아 소셜 벤처 '이브 콘돔스'를 꾸리고 콘돔을 판매하는 동시에 대학생과 고등학생을 상대로'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성교육 캠페인도 한다.

'부끄럽지 않아요!'라는 슬로건이 말해주듯 성씨의 주장은 한결 같다. 누구나 안전하게 사랑할 권리가 있고, 콘돔은 부끄러운 물건이 아니라 밝고 건강한 성문화를 위한 초석이라는 것. 성씨는 "청소년기 성교육에선 '어허, 하면 안돼'라고 강요했는데, 막상 성인이 되면 성에 대해선 '네가 알아서 해'라고 말한다. 이런 게 낙태나 미혼모 등의 문제를 부추긴다"면서 "성을 향유하는 남녀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금은 '性 사회화' 시대

대학생들에게 성은 이미 생활의 일부분이 된 만큼 대학 내 성교육 개선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전문가들은 각 대학의 성교육 관련 강좌를 교양 필수 과목으로 정례화하고, 학내 양성평등센터나 성 관련 상담소들을 늘려 '수적 열세'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인을 위한 성교육 자료 개발도 급선무다. 현재 각 기관의 성교육은 청소년이 대상이거나 성범죄 예방을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성생활을 경험하는 성인들을 위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송인자 한국양성평등원 교수는 "자료의 양과 질이 뒤떨어지니 음성적인 정보를 찾아 헤매기 마련이다"며 "성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성교육 관련 교육 콘텐츠가 많이 생산되고 배포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교육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대학에서 4년째 '성과 문화'를 강의하고 있는 성교육 및 성상담 전문가인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소장은 "성교육이 '섹슈얼리티 교육'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섹슈얼리티'는 인간의 성적 욕망 차원을 넘어 인간이 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태도, 사고, 가치관 등 사회제도와 규범들을 뜻한다. 배 소장은 "인간의 발달단계를 배우고 성적 욕망이나 심리를 이해하는 것, 성적 자기결정권을 포함해 자존감을 키우는 것, 더 나아가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갖게 하는 '통합적 사람 이야기'가 성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배 소장은 "지금의 청년세대는 성에 대해 열려 있고, 인터넷 등에서 성에 관한 음성적 정보를 많이 흡수한 세대다. 사회가 성충동을 부추기면서 무조건 억누르게 하는 건 옳지 않다. 성을 쉬쉬하고 금욕적으로 바라보게 강요하지 말고 내 몸에 대한 이야기, 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k.co.kr

조한울인턴기자 (한양대 영어영문학과3)

김연수인턴기자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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