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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이제는 국가가 효도해야

입력
2015.06.02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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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나면 너희 어머니가 요양원에 가야 하니 내가 운전할 수 있을 때 같이 가기로 했다”라는 유서를 남긴 한 80대 부부가 얼마 전 동반 자살했다. 생활고로 방세 몇 푼을 남기고 자살하는 노인도 있다. 자식이 부양이 힘들어 노부모를 살해하고 스스로 자살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자살률 십만명 당 30명 전후로 지난 십 수 년 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부동의 1위를 고수했다. OECD 평균이 12명 남짓이니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이 틀리지 않다. 더욱 안타깝고 분노할 일은 십만명 당 82명의 노인자살률이다.

왜 이렇게 많은 노인들이 자살할까?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크게 빈곤, 질병, 고독 그리고 무위라는 4가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 12.6%의 4배에 달한다. 우리 노인들이 OECD 34개국 중 가장 가난하며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최저 생계비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 지난 50~60년 ‘한강의 기적’이라는 고도성장을 이룬 세대들에 대한 보답은 빈곤으로 돌아왔다.

한강의 기적은 나아가 전통적인 가족사회의 해체를 불러왔고 노인들은 젊은 세대로부터의 공경과 효로부터 멀어져 갔다. 교육수준의 상승을 동반한 현대 산업사회는 노인들의 경험적 지식이나 지혜를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노인의 사회적 지위는 추락했고 자존감 상실과 고독이 공경과 효를 대신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동안 우리 노인들은 또 일과 삶 사이의 엄청난 불균형 속에서 취미활동이나 노는 것을 배우지 못했다. 일손을 놓으면서 노인들은 건강을 잃고 우울증에 시달린다. 결국 자살이 많은 노인들에게 이 모든 변화와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으로 선택된 셈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노인들의 자살은 젊은이와 장년층의 자살과는 달리 자녀들과 주위사람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이타적 경향이 있어 더욱 가슴 아프다.

노인 문제는 어느 나라도 피할 수 없는 세계적 문제라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스웨덴을 위시한 복지국가들은 오래 전부터 복지제도를 통해 고령화와 노인의 빈곤, 질병, 고독과 무위를 해결해 왔다.

첫째 국민연금과 평생 소득에 기초한 성과급 연금은 모든 노인들에게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고 있다. 월세를 지불하지 못하거나 일용 양식을 구하지 못해 자살하는 노인은 없다. 하루 몇 천원을 벌기 위해 하루 종일 폐지를 모으지 않아도 된다. 아껴 쓰면 일 년에 한 두어 번 해외여행도 가능하다. 둘째 노인들에게는 의료가 완전 무상이다. 어떠한 병도 국가가 치료하고 돌봐준다. 간병인도 국가 의료보험에 포함돼 있어 환자가 부담하지 않는다.

셋째 돌봄 제도가 정착돼 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들에게는 우리나라처럼 등급이 없어도 필요에 따라, 집까지 방문해 청소를 해주고 시장을 봐서 점심도 해주고 산책은 물론 목욕도 시켜준다. 물론 자녀들이 주말에 와서 부모들과 같이 지내며 돌봐주기도 하나 국가가 책임지는 돌봄 제도 없이는 인간다운 노후를 보내기가 쉽지 않다. 끝으로 각 지자체는 노인들의 상태를 상시 점검하며 자살 예방에 힘쓴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문화 및 체육활동과 여가활동으로 노인들을 집 밖으로 나오게 하여 다른 노인들과 어울리게 한다.

한국의 복지예산 비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10.4%이다. 노인복지에 대한 지출도 OECD 최하위다. 양극화가 심한 노인 문제는 연금, 의료 및 돌봄 제도와 여가활동을 다각적으로 연계 운용해야 ‘자살공화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는 국민이 과반수를 넘었다. 소득세의 누진적 증세와 법인세 및 간접세의 증세를 통한 복지제도의 확장만이 노인을 자식의 의존에서 구하고 의미 있는 노후를 가능하게 하고 자살률을 낮출 수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듯이’ 이제는 자식이 아니라 국가가 복지를 통해 효도할 때다.

황선준 스톡홀름대 정치학 박사ㆍ경남교육연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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